어찌하여 <스타워즈> 를 좋아하게 되었는가, 혹은 어떻게 아나킨은 포스의 어두운 면에 빠져들게 되었는가.
먼저 여기저기서 돌 맞을지도 모르는 얘기로 시작해야겠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예 <제국의 역습> 은 개봉도 못 했으니 제외하더라도 어렸을 때 TV에서 마르고 닳도록 방영해 준 첫 번째 클래식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고 <제다이의 귀환> 이 허리우드 극장에서 개봉했을 때 난 홍콩 영화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래서 감히 <스타워즈> 따위가 성룡과 주윤발의 적수는 되지 못 했다.
영화 좀 본다고 떠벌리던 사람치고 <스타워즈> 에 대한 기억이 전무하다는 열등감 때문인지 아니면 <스타워즈> 의 광적인 팬이었던 절친한 친구의 영향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클래식 삼부작이 재개봉되었을 즈음 마치 성지의 순례자라도 된 듯이 차례차례 신화의 흔적을 더듬어 갔지만 "그리스의 신화를 싸이 파이 판타지로 옮긴 것이잖아. 좀 흥미롭네" 이상의 감흥은 없었다. 원래 싸이파이한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이기도 한데다 이미 신화가 되어버린 판타지를 온전하게 받아들이기란 몸과 마음이 굳어 있던 탓일 것이다. 그렇게 <스타워즈> 는 기억에서 잊혀졌다.
그 후 어찌어찌 하여 보게 된 <스타워즈 에피소드1 - 보이지 않는 위험> 은 거대한 신화의 서막치고는 너무 평범하고 싱거웠으며 도대체가 멈출 줄을 모르는 디지털 기술의 오용과 맹신은 '혹시 조지 루카스는 미국의 심형래가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무엇보다 자자 빙크스라는 정체불명의 괴물 (?) 이 설레발이 치고 다니는 꼴을 보는 것은 끔직한 고역이었다. 역시 조지 루카스는 감독의 재능이 없는 사람이야 라는 나름의 확신과 함께 도매금으로 시리즈를 조롱하고 무시해도 좋을 만 했다. 얼어 죽을 신화는 무슨.
그러나 속단은 금물이라던가. <스타워즈> 의 마지막 (이자 첫 번째) 에피소드 <스타워즈 에피소드3 - 시스의 복수, 2005> 는 그런 편견을 깨버린 경이로운 영화다. 이미 끝을 본 이야기를 펼쳐놓고 마무리를 짓는 솜씨는 단연 <스타워즈> 시리즈 중에서도 최고의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고 늘 남용되었던 디지털 기술도 이야기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요다의 진중함속에 감춰진 날렵한 몸짓은 과연 제다이의 스승이라 할 만큼 절도가 베여있다. 무엇보다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다스 베이더로 탄생하는 순간의 비애감은 전율마저 감돈다. 이럴 수가. 그토록 탐탁치 않아하던 <스타워즈> 를 보면서 감동을 받다니.
아나킨이 악의 포스에 유혹 당하고 결국에는 다스 베이더가 되어가는 과정들은 <보이지 않는 위험> 이나 <클론의 습격> 의 유아스러운 이야기에 비하면 머리로나 가슴으로나 받아들여질 만한 것들이다. 이미 어린 아나킨에게 감지됐던 비극의 전조는 오히려 되풀이 하지 않으려는 강력한 의지 앞에 숙명처럼 되어 버리고 결국에는 자신은 물론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소중한 존재마저 잃게 된다.
자신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운명 속에서 발버둥을 쳐보지만 아무것도 지켜내지 못했던 분노와 증오는 생각보다 강렬하고 선연하다. 스승과 제자 (이자 형제이면서 부자이기도 했던) 였던 오비-완과 아나킨의 대결은 시리즈를 완결 짓는 장대한 클라이맥스지만 엇나가 버린 욕망의 끝을 허망하게 보여주는 처절한 비극의 연속이다. 마지막까지 오비-완은 아나킨에게 다크 포스를 떨칠 기회를 주려고 하지만 두려움과 욕망 속에서 혼돈스러워 하던 아나킨은 또 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에 온 몸을 맡기고 만다. 더 이상 신의는 없고 오로지 나와 적, 그리고 제어하지 못하는 두려움뿐이다.
아나킨은 온 몸이 타들어 가면서도 핏발선 분노를 거두지 않는다. 아나킨이 다스 베이더가 되어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결국 시리즈를 감싸 안던 비극의 근원은 운명을 거스르려던 한 남자의 두려움과 그것이 부른 분노와 증오다. "잃을까봐 두려워하는 모든 것들을 위해 단련하라" 는 요다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기엔 아나킨은 너무 어렸고 무엇보다 상처가 깊었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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