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액션영화 하면 자연스레 홍콩영화가 떠오르는 것은 70년대에 태어난 세대가 60년대와는 다른 의미에서 홍콩 영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성장했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홍콩 영화라 해도 이소룡이나 왕우, 강대위는 동세대가 아니다. 지금 출시된 DVD를 봐도 확실히 이소룡과 왕우의 영화들은 선호하는 액션 스타일은 아니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고 홍콩영화라는 고유화된 장르 안에서 전통을 이어가는 흥미진진한 영화들임이 분명하지만 유년시절의 기억까지 끌어안지는 못한다. 그래서 나에게는 성룡, 홍금보, 원표가 더 친숙하다.
각각 다른 개성으로 80년대에 전성기를 보낸 그들을 '가화삼보 라고 불렀던 것처럼 세 명의 동반출연은 홍콩 영화의 실력자였던 골든 하베스트 (嘉禾公司) 영화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었다. 알려져 있다시피 성룡은 <취권> 의 성공 이후 골든 하베스트로 옮기면서 승승장구 했으며 홍금보와 원표 또한 골든 하베스트에서 전성기를 보냈다. 세 명 다 골든 하베스트의 영향 아래 자신의 영화사를 설립하여 영화를 만들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러나 골든 트리오의 영화들이 스타시스템에 의지한 전형적인 콘셉트영화라는 한계에도 매번 일정 수준 이상의 영화를 만들어 냈으며 팬들의 반응 또한 열광적이었다. 그야말로 액션 영화 팬들에게 골든 트리오의 영화는 다다익선 (多多益善) 이고 보증수표나 다름없을 것이다.
<비룡맹장 - 飛龍猛將, 1988> 은 골든 트리오의 출발이자 걸작 (이자 성룡 영화의 걸작이기도 한) 인 <프로젝트A> 와 맞먹을 수 있는 영화다. 흔히 복성 시리즈로 대표되는 그들의 다른 출연작인 <오복성> 이나 <복성고조> 같은 영화의 말장난과 자동차 추격전 같은 대규모의 액션보다는 (당연하게도 복성 시리즈는 골든 트리오가 주인공이 아니라 복성형제들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도를 넘지 않는 아기자기한 코미디와 다양한 격투 장면이 등장한다.
언제나처럼 성가반이 액션연출과 스턴트를 담당하고 있고 무술 감독 원규와 홍금보가 공동 감독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악역 전문인 원화와 베니 어키데즈, 추위 같은 80년대 홍콩 액션영화에 빠지지 않고 출연했던 낯익은 무술인들도 대거 출연한다. 그러니 액션은 두말 하면 잔소리다. 영화 속에 두 번 정도 등장하는 골든 트리오의 일대 삼, 혹은 이대 일의 격투는 코믹함이 돋보이고 마지막의 화학공장에서 벌어지는 액션은 성룡이 클라이맥스를 담당하고 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사라지는 원표의 날렵함도 잊을 수 없다.
이미 베니 어키데즈와 성룡의 결투는 <쾌찬차 - 快餐車> 에서도 명장면 (미녀 삼총사에서 후반부의 결투를 통째로 베끼기도 했다.) 을 보여준 바 있는 데 <비룡맹장> 에서는 한층 더 격렬하고 힘이 넘친다. 이전 골든 트리오 영화의 특징이라 할 다수가 한 명을 상대로 벌이는 집단 난투는 줄어들고 고수들의 일대 일 대결로 압축된다. 그러니까 액션의 잔재미는 조금 줄어든 대신에 몸과 몸이 부딪히는 액션의 합을 실감나게 재현해 낸다. 때문에 갖가지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성룡 영화와도 어느 정도는 거리가 있다. 장장 10여 분간 계속되는 마지막의 결투에서 코미디는 최소화되어 있으며 일체의 속임수와 운이 통하지 않는 고수들끼리의 피 튀기는 싸움은 조금 과장하자면 영화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다이내믹한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출되는 느낌이다.
액션 못지않게 세 배우가 맡은 캐릭터도 재미있다. 성룡은 바람둥이 기질이 있는 변호사 재키로 출연하고 홍금보는 유들유들한 무기 밀매상 황비홍역으로 나와 어장의 사장인 엽홍을 유혹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중에 원표가 연기한 동덕표는 가장 재미있는 캐릭터다. 그는 사회에 불만이 많고 약간의 피해망상이 있는 인물인데 예외적으로 말랑 말랑한 멜로에서 제외되어 있고 우연치 않은 악연으로 홍금보와 중반까지 대결 구도를 형성해 나간다. 골든 트리오 중에서 가장 비중이 적은 인물이지만 삐딱한 성격으로 인해 갈등의 원인이 되면서 시니컬한 유머를 툭툭 던진다. 특히 오해 때문에 성룡의 집에서 티격태격하는 장면은 좁은 공간에서 많은 인물이 숨바꼭질을 벌이던 <프로젝트A2 - A계획속집> 의 박장대소에 버금갈 만하다.
골든 트리오의 결합은 <비룡맹장> 을 끝으로 잠정 유보되고 있지만 그들의 영화에는 기대하는 것 이상의 순수한 흥분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액션영화라는 하위 장르를 어떤 경지에 이르게 한 장인의 진심어린 숨결에서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져오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좋았던 시절을 회고하는 것 이상이 되지 못하더라도 그들을 같은 화면에서 다시 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영화,
액션,
홍콩영화,
성룡,
홍금보,
원표,
가화삼보,
스턴트,
골든하베스트,
성가반,
복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