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온라인상의 아이디나 닉네임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따오게 마련이다. 나 역시도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 이름을 따서 만들게 된다. 처음 PC통신을 하면서는 아무 생각 없이 아이디를 만들었다. 당시 <심슨 가족> 을 너무 좋아해서 아이디를 심슨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이미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었다. 호머심슨, 마지 심슨, 바트 심슨, 리사 심슨, 매기 심슨도 모두 마찬가지. 그래서 할 수 없이 심슨 가족이 기르던 개 '산타즈 리틀 헬퍼' 를 아이디로 정한 적이 있다.
산타즈 리틀 헬퍼가 어떤 개인가 하면 <심슨 가족> 의 파일럿을 보면 호머 심슨이 가족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서 산타 알바를 하게 되는데 알바비를 세금으로 떼이면서 모자란 돈을 충당하기 위해 개경주를 하게 되고 호머가 배팅한 경주견이 산타즈 리틀 헬퍼다. 주인에게도 버림 받은 산타즈 리틀 헬퍼가 호머에게 정을 느끼면서 심슨 가족 최고의 크리스 마스 선물이 된다. 아무튼 울며 겨자먹기로 지은 아이디라 오래 가지는 못 했지만 산타즈 리틀 헬퍼가 처음 만든 온라인상의 이름이었다. 그때 얻은 교훈이 맘에 두고 있는 아이디는 빨리 빨리 가입해둬야 한다는 것. 다음으로 쓰게 된 아이디가 gloria (글로리아) 다. 존 카사베츠의 영화 <글로리아> 를 좋아해서 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만든 것인데 그것도 너무 오래 쓰다 보니 지루해졌다.
요즘 들어 자주 드는 생각이 블로그 이름을 바꿔야겠다. 낯설다. 어색하다, 따위다. 너무 낯설고 어색해서 블로그에 들어오기가 싫을 정도다. 정말 모르겠다. 왜 이 블로그의 이름이 '이상한 나라의 도로시' 이고 덩달아 닉네임은 왜 도로시가 된 것인지. 몇 달 동안 잘 써오던 이름이 갑자기 어색하고 낯설어 진 것인지. 같은 이름을 가진 인디 밴드의 음악을 들은적이 있던 것도 아니고 딱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오즈의 마법사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생각해 보니 처음 블로그를 만들 때 그냥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오즈의 마법사를 결합한 느낌이 기묘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순간적으로 쓰게 된 것인데 이 블로그의 정체는 그런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지 않은가 말이다.
온라인에서의 아이디나 닉네임은 나름의 상징성을 띄는 것인데 너무 아무 생각 없이 만들다 보니 친밀감도 없고 애정도 오래가지 못 하는 것 같다. 다시 글로리아로 돌아가야 할지 아니면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뭐 좋은 이름이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