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친구가 있다. 그는 늘 다른 이들에게 좋은 느낌으로 기억되는 사람이다. 처음 대하는 자리와 사람 앞에서는 분위기를 살피느라 조금은 주눅이 들게 마련이지만 그는 붙임성이 좋아서인지 아니면 오지랖이 넓어서인지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살갑게 대한다. 이것 저것 잘 챙겨 주기도 한다. 그래서 초면인 사람도 그에게 대번 친근감을 표시한다. 대개는 썰렁한 농담으로 웃음을 유도해 내지만 주위의 핍박과 야유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유머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겉으로 보기엔 말장난에 불과한 그의 유머는 자꾸 듣다 보면 빠져들게 되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늘 어디에서나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자리만 채우고 있는 나로서는 남들에게 친절하고 세심한데다 분위기를 위해 망가지기를 자처하는 그가 가끔은 부럽기도 하다. 그가 있는 자리는 왁자지껄한 웃음이 있고 활기가 넘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를 재미있고 좋은 사람으로 기억한다. 때문에 그는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뻔히 자신이 피해볼 걸 알면서도 성심 성의껏 도와준다. 그는 재미있고 좋은 사람으로도 모자라 착한 사람으로까지 불린다. 그렇게 자신의 감정에만 만족하고 만다면 온 세상에 친절을 베풀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겠으나 문제는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원체 내성적이고 소심한데다 약간의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다. 여럿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는 적극적이고 활발하면서도 혼자 있을 때는 본인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외로움을 타고 스스로의 처지를 비관한다. 자신에게서 부족한 무엇인가를 다른 사람들에게 잘해주는 것으로 채우려는 필사적인 노력은 거의 집착에 가까워 보일 정도다. 그러면서도 쉽사리 만족을 하지 못한다.
불안정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한 아이는 성장하면서 지나치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거나 우울증과 피해의식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걸 의학적 용어로 '착한 아이 콤플렉스' 라고 부른단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사람은 겉으로는 활발해 보여도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좋은 사람으로 남으려는 욕심 때문에 상처받고 힘들어 한다. 그걸 알면서도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 그리고는 자신을 책망하며 스스로에게 필요 이상의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딱 그의 모습이다.
그도 어린 시절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필요 이상으로 사람들에게 잘 해주거나 감정을 낭비하지 말라는 충고는 별 소용없는 일이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 온 탓에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 본인이 진심으로 느낀다고 해도 사실상 답은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런 그가 좀 더 여유로워 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금 보다 편한 마음으로 자신을 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다른 이들에게 친절하고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어도 그것이 자신 보다 위에 설 수는 없는 것이니.
덧붙임
나도 잘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