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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스윙 걸즈 - Swing Girls> 에서 모든 사건의 시작이나 다름없었던 도시락가게 아저씨는 어찌하여 배달이 늦어지게 된 것일까. 또한, 도통 적성에도 맞지 않고 흥미도 없어 보이던 나카무라 (히로아키 유타) 는 어떤 연유로 합주부에 들어오게 되었을까. 아무리 <스윙 걸즈> 를 재미있게 보았어도 이런 이유까지 궁금해 할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일본에서 출시된 <스윙 걸즈> 의 특별판 DVD에는 영화의 이런 뒷이야기를 다룬 흥미로운 서플먼트가 있다. 바로 스윙 걸즈의 사이드 스토리 <Jazz Films> 이다. 이 서플은 영화 속 인물들의 뒷이야기를 보여준다.
일렉 기타와 베이스를 연주하던 펑크 소녀와 대책 없는 순정 남들의 밴드는 어찌하여 깨지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실러캔스>, 드럼을 치던 타나카 (토시마 유카리) 의 눈물겨운 다이어트의 과정 (만보계를 차고 운동하러 나섰다가 음식의 유혹에 굴복 당하는 타나카의 하루 일과는 영화에서 멧돼지를 잡는 장면과 상당한 연관이 있다. 한순간에 멧돼지를 때려잡은 실력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을 담은 <휴일 - 休日> 을 비롯한 총 일곱 편의 단편에는 영화 속의 아이들은 물론 거의 비중이 없던 인물까지 각각의 영화에서 중요한 역으로 나온다. 직접 단편영화를 소개하는 야구치 시노부의 말처럼 영화를 보지 않아도 재미있고 영화를 봤다면 더욱 흥미롭게 볼 수 있다. <스윙 걸즈> 가 메인디쉬라면 단편 영화들은 포만감을 더해주는 맛깔스런 디저트다.
그 중에서 이야기 할 단편은 두 편. 먼저 <스윙 투 스윙 - Swing to swing> 은 설정이 흥미롭다. 영화에서는 죽지 못해 합주부에 남아있던 나카무라가 실은 야구부에 지원하려고 했었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처음은 호러영화의 분위기가 난다. 피처럼 흘러내리는 시뻘건 타이틀도 클래식한 호러영화를 떠올리게 하고 범상치 않은 표정의 요시에 (칸지야 시호리) 가 가위를 든 채로 순진무구한 표정의 나카무라와 스쳐 지나가는 장면에서는 영락없는 <학교괴담> 이나 <하나코> 같은 학원 호러영화다. 그런데, 알고 보니 황당하다. 영화에서 인형 만드는 취미가 있던 요시에가 나카무라의 체육복 색깔이 맘에 들어 몰래 가위로 올을 뜯어서 인형을 만드는 것이다. 조금은 괴상한 요시에의 행동과 자신의 체육복이 뜯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나카무라의 천진함이 대비되면서 영화는 절묘한 상황 극이 된다.
야구치 시노부가 만든 <죽거나 혹은 배달하거나 - Dead or delivery> 는 영화에서 배달이 늦어 어쩔 줄 몰라 하던 도시락가게 사장님의 이야기다. 약간은 드센 아내에게 잡혀 기를 못 펴는 소심한 성격으로 나온다.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도시락을 배달하던 아저씨는 우연히 길에서 지폐를 발견하고는 작은 곡절 끝에 돈을 줍게 되는데 알고 보니 그 돈은 지폐 모양의 노래방 광고 전단지다. 황당하고 허탈해 하는 것도 잠시. 더 큰 사건이 벌어진다. 돈을 줍기 위해 세워둔 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내리막길에 사이드 브레이크도 채우지 않고 문을 잠근 것이다. 이제부터는 차를 세우기 위한 아저씨의 필사적이고도 애처로운 노력이 이어진다.
모두 일곱 개의 단편은 전부 야구치 시노부가 만들지는 않았지만 딱 야구치 시노부의 감수성이 느껴진다. 영화 속의 인물들이 겪게 되는 자잘한 소동은 과장과 비약으로 일관하지만 낙관적인 태도에서 나올 수 있는 발랄한 상상력과 유쾌함이 기분 좋은 웃음을 주고 <스윙 걸즈> 와 어느 정도 맞물려 있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아무래도 3분 내외의 단편인만큼 극단적인 대비로 웃음을 주는 방식은 훨씬 명쾌하다.
<스윙 투 스윙> 에서 나카무라는 야구부에 가입한다는 생각에 들떠 학교를 돌아다니다가 여학생들의 시선을 의식하고는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생각에 괜히 옆머리를 뒤로 넘기며 천진난만해 하고 요시에는 본격적인 인형 만들기에 앞서 결연한 각오로 몸을 푼다. 옆에서 열심히 도와주는 아이들의 표정에도 진지함이 넘친다. 영화는 둘의 대비되는 상황을 극단적으로 과장하면서 분주히 오고 간다. <죽거나 혹은 배달하거나> 는 한술 더 뜬다. 차를 세우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도시락 아저씨는 열쇠를 떨어트리면서 차의 밑 부분에 들어가게 되고 가까스로 먹던 사과를 바퀴에 끼어 차를 세운다. 간절하게 지나가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던 할아버지는 그걸 듣지 못하고 자전거로 아저씨의 팔을 밟고 지나간다. 그것도 너무 태연하고 무참하게 말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내의 독촉전화. 금방 죽을지도 모르는 위급한 상황에서 주변은 너무나도 한가하고 태평하다. 급기야 바퀴를 받치고 있던 사과는 부서지고 급한 나머지 들고 있던 휴대폰으로 바퀴를 받친다.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이 강도를 높여가고 한없이 망가지는 인물의 고난이 심각해 질수록 영화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우스꽝스러워진다. 작은 소동이 계속 이어지면서 큰 소동을 부르게 되고 황당한 역경에 맞서는 진지함은 역설적인 웃음을 준다. 야구치 시노부 영화의 주인공들이 한결같이 어딘가 모자라고 빈틈 많은 아웃사이더라는 점에서 그런 웃음의 강도는 더욱 커진다. 좀 더 확대해석 하자면 세상의 중심에서 벗어난 주인공이 극복할 수 없는 고난과 맞부딪치게 되는 과정의 파열음은 자체로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희극이 (자 비극이) 된다. 그래서 의도하지 않게 변태로 몰려 야구부에서 쫓겨난 나카무라가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가게 되는 곳이 때마침 신입부원을 모집하고 있는 합주부실이고 도시락 아저씨의 바지가 차에 걸리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옷을 벗게 되는 곳이 하필이면 상습 치한 출몰지역인 것이다. 이 깜찍한 아이러니라니.
스윙 걸즈 사이드 스토리 <Jazz Films> 은 단편이라는 특성답게 순간순간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채워져 있지만 <스윙 걸즈> 의 흥미로운 외전일 뿐 아니라 <비밀의 화원> 이나 <워터 보이즈> 같은 야구치 시노부의 발랄하고 명랑한 감수성의 총집합이다. 보고 나면 너무도 귀엽고 유쾌해서 영화만큼이나 사랑스러워지는 서플이다.
덧붙임
이외에도 일본판 DVD에는 다양하고 귀여운 볼거리로 가득하다. 정말 국내에서 출시되는 DVD도 일본판 그대로였으면 하는 바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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