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6/20 10:28

왜 케로로 중사에는 아빠가 없는걸까.....? f i l m



 

   <개구리 중사 케로로> 를 보다 문득 궁금해졌다. 왜 히나타 나츠미와 후유키의 아버지는 보이지 않는 것일까? 요즘 영화나 드라마, 혹은 소설 같은 대중 매체에서 의도적으로 아버지를 배제하는 설정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개구리 중사 케로로> 가 매 회마다 다채로운 캐릭터와 이야기로 흥미를 자아내는 것에 비해 유난히 아버지의 존재가 축소되어 있는 것 같아서 새삼 궁금증을 일으킨다.


   이제까지 총 100화를 넘게 보는 동안 나츠미와 후유키가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거나 떠올리는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처음부터 아버지가 죽었다거나 이혼을 했다거나 식의 설정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존재감이 없다. 케로로 중사의 단골 패턴이기도 한 과거 회상에서도 어린 후유키와 나츠미, 할머니와 엄마는 있어도 아버지는 그림자도 비추지 않는다.


   그렇다고 애당초 우리에게 아버지란 사람은 없어, 로 일관하는 것은 아니다. 아주 잠깐, 오래된 장난감 가게 에피소드에서 후유키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장면이 나오긴 한다. 그 잠깐의 언급 이후로 후유키는 더 이상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거나 기억을 떠올리지 않는다. 아예 나츠미 (와 엄마 아키) 는 전혀 생각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창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에 비워져 있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떠올릴 법도 한데 그에 아랑곳없이 씩씩하다.


   그렇다면 나츠미와 후유키의 아버지는 어떻게 된 것일까? 워낙 만화에서 아버지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으니 자세히 알 길은 없지만 어쩌면 <개구리 중사 케로로> 는 아버지라는 가부장제의 상징을 완전하게 지워내면서 남성다움을 웃음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것 같아 보인다.


   알다시피 <개구리 중사 케로로> 는 지구 침략을 위해 케론성에서 파견한 다섯 마리의 개구리 군인이 주인공이다. 군인과 남성은 불가분의 관계이기도 하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남성 캐릭터인 기로로 하사는 겉으로는 투철한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사나이중의 사나이지만 좋아하는 나츠미 앞에서는 한 없이 작아지는 순정남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거칠고 강인한 성격 속에 가려진 여린 심성은 많은 소동을 만들어 낸다. 처음엔 나름의 자존심을 지키는 듯 보이던 기로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군인으로서의 자부심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나츠미를 위해 망가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우주에서 날아 온 탐정 코고로는 어떤가. 그는 일본의 아동용 특촬물을 패러디하는 마초 영웅 캐릭터인데 동생에게 얹혀사는 무능력자에다 지구 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실수투성이의 과정에서 노골적인 웃음거리로 전락한다. 마찬가지로 케로로를 사이에 두고 모아와 연적이 되는 타마마 이등병의 모호한 성정체성도 (나츠미를 좋아하는 코유키는 강한 동성에게 끌리는 사춘기 소녀의 마음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가족 구성원이나 역할로 보면 나츠미의 가족은 편모 가정을 대표한다. 만화잡지 소년 알파의 편집장인 엄마는 아버지를 대신해 집안의 경제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늘 바쁘다. 대신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은 나츠미가 도맡아 한다. 말썽꾸러기 케로로 소대의 지구 침략 음모를 진압하거나 뒤를 책임지는 것은 언제나 나츠미의 몫이다. 오컬트에 빠져 있고 운동엔 젬병에 심약한 후유키는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소동의 한 귀퉁이에 끼어있거나 멀찌감치 떨어져서 방관만 한다.


   오컬트에 관한 집착이 케로로 소대의 지구침략 음모와 맞아 떨어졌을 때에는 소동의 주체가 되기도 하지만 후유키가 하는 것이라곤 대놓고 침략 작전을 벌이는 케로로에게 "중사, 우린 친구잖아...." 라는 약발 떨어진 멘트로 감성에 호소하는 것뿐 (평소엔 어설픈 케로로에게도 통하지 않지만 101화~103에 걸친 가루루 소대와의 대결에선 힘을 발휘하긴 한다) 이다.


    이렇듯 후유키의 남성다움은 의도적으로 배제되면서 웃음거리의 소재가 된다. 전통적인 가부장제 안에서 보자면 아버지를 대신해야 할 장남 후유키는 정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미성숙하고 무기력한 가장이다. 물론 나츠미가 누나라는 이유도 있을테지만 시리즈 내내 반복되는 후유키의 결단력 없고 나약한 모습은 지구최강 여전사 나츠미와 완벽하게 대비된다.


   남성성의 부재는 꼭 나츠미네 가족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나츠미의 외할머니는 시골에서 혼자 살고 있고 케로로와 모모카의 아버지는 어쩌다 한 번씩 나와서는 권위적인 냄새를 폴폴 풍기고 사라지는 배역이다. 생각해보면 <개구리 중사 케로로> 에서 남자들은 하나같이 소심하고 나약한 말썽장이에다 무능력한 족속 (대표적으로는 케로로 중사와 탐정 코고로. 어쩌면 친구끼리 그리 똑같을까. 것보다 유유상종.....?) 들이니 차라리 아버지라는 사람은 없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것일까.


   점점 가족이란 개념은 희미해지고 이혼하는 비율은 늘면서 그에 따라 편부, 편모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껍데기만 남은 가부장제에서 아버지란 존재의 영향력도 예전 같지는 않고 가부장제의 시효성도 한계에 다다른 것 같긴 하다. 오죽하면 영화 <가족의 탄생> 은 모계 사회로의 복귀를 조용히 권유하지 않던가. 그런 점에서 <개구리 중사 케로로> 에서 보여 지는 아버지의 부재는 모아식으로 말하자면 '것보다 시대반영.....?' 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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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aster 2006/06/20 11:02 # 삭제 답글

    글 읽으면서 은근히 공감 ㅇ_ㅇ;(음?) 편모가정은 아니지만 점점 편모가정이 이상하지 않게 다가오게 되는 사회를 살면서, 과연 아버지란 어떤 존재인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군요.(웃음)
  • 라디오키즈 2006/06/20 11:15 # 삭제 답글

    그보다 점점 가정내에서 입지가 좁아지는 우리시대의 아버지를 생각하게 되네요. 그리고..-_- 내가 걸어갈 그 길도...
  • dcdc 2006/06/20 11:26 # 답글

    후유키는 인자하고 따뜻한 아버지로,(하지만 아내한텐 쥐여잡혀사는 -_-;) 나츠미는 엄격하고 똑 부러지는 어머니로 보일 때도 있더군요. 아들은 물론 케로로(...).
  • 자그니 2006/06/20 11:46 # 답글

    왓, 재미있는 아이디어네요 *_*

    1. 아이들에게 아버지는 있으나 마나한 존재일지도.

    2. 집에는 어머니가 안계셔야 더 많은 이야기(장난)를 펼 수 있는 요건이.

    3.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는 어른의 세계~♡ (싸우고 지지고 볶고 돈 얘기하고 집안 얘기하고 정치 얘기하고 러브러브하고...기타 등등)
  • 지하 2006/06/20 15:46 # 삭제 답글

    아버지의 부재라는걸 생각도 해본적 없이 헤헤거리고 웃기만 했는데,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군요. 오호,
  • 이등 2006/06/20 17:00 # 답글

    밸리타고 왔다가 자유연상법에 의해 떵른 샐각이 있어서 글을 좀 썼습니다.
    이에 트랙백 신!고!합니다.
  • dudadadaV 2006/06/21 01:26 # 답글

    저희집도 아빠가 경제권을 잃게되면서 입지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어요. 안타까움.
  • 夢想家 2006/06/21 11:04 # 답글

    통장 쥔 자가 결국 승리하는..것이지라.-_-;
  • 장웅진 2006/08/12 13:29 # 삭제 답글

    다른 일본 만화들 중에도 아버지가 "있으나 마나한 존재"가 된 내용이 있더군요.
    그것도 태평양 전쟁을 소재로 한 만화를 그리시는 작가분께서 거품경제붕괴 후의 지난 장기 불황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를 그린 내용인데, 연애 시절에는 커피 한 잔으로도 만족하던 아내는 승진도 못하고 그 덕에 새로운 가전제품 하나 사들일만한 돈도 못버는 남편을 질타하고, 딸내미는 아버지가 먼저 목욕했다는 이유로 목욕물을 쓸 수 없게 되었다며 버럭 화를 내는 것이 나오죠.(참고로 일본에서는 아버지, 어머니, 남자아이, 여자아이 순으로 "같은 물로" 목욕을 하는 것이 "전통"이라더군요.) 이런 상황에서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가던 "아버지"는 전철의 어두운 바깥 풍경 속에서 전투기를 타고 B-29 폭격기를 잡기 위해 출격했으나 결국 그 거대한 비행기를 상대로 어찌 해보지도 못한 채 도쿄가 불타는 모습만 보다가 귀환해야 했더라는 "자신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상기하면서 쓸쓸함과 씁쓸함을 느낀다는 내용이었죠.
  • 장웅진 2006/08/12 13:29 # 삭제 답글

    어찌보면 결말은 크게 다르고, 내용도 물론 많이 다르지만 90년대 후반에 화재가 된 우리나라 소설 <아버지>도 전체적인 맥락은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성애"를 내세워 "아버지는 그래도 쓸만하다"(...)를 외친 <가시고기>가 나온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싶고요.
  • 장웅진 2006/08/12 13:37 # 삭제 답글

    그리고 "남동생마저 짓밟는 내용"에 대해서는 이점 또한 답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코 가와지마 위킨스 아줌마의 자전소설 <요코이야기>의 후반부에서, 요코 아줌마의 수필이 신문사에서 주최한 대회에서 당선되었을 때의 이야기 인데..
    "신문사에서는 당선자들을 위해 축하연을 베풀어줄 예정이었다. 입을 옷이 마땅찮았던 나를 위해 언니가 자기 교복의 아랫단을 접어 올려주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나를 데리고 갈 보호자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일본에서는 보호자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은 부모님이거나 남자여야만 했다. 비록 그 남자가 꼬마일지라도."

    각설하고..
    제 블로그에도 퍼가겠습니다. ^^
    그리고 모아양의 표현은 "말하자면"이란 말이 들어가야 합니다. ^0^
  • adrian 2007/07/01 18:43 # 삭제 답글

    아버지 얘기가 1기에서 나오죠... 장난감 가게 얘기 나올 때..
    아버지가 후유키와 나츠미를 데리고 장난감을 사주었다는 회상이 나오죠..
  • 고독신 2007/09/17 16:17 # 답글

    케론인 연구소(www.kero.co.kr)로 퍼갑니다!!
    정말 좋은 칼럼입니다. ^_^*
  • 고독신 2007/09/17 16:17 # 답글

    아.. 혹시 문제된다면 사이트에 글 남겨주세요 ^^;
  • 도로시 2007/09/18 11:47 # 답글

    퍼가시는 건 괜찮습니다..
    근데 케로로를 연구하는 곳인가 보죠..
    재미있게 봤어요..;;;
  • zxz 2008/04/26 15:19 # 삭제 답글

    케로로 아빠있는데???
  • @@@ 2013/01/25 22:40 # 삭제 답글

    크리스마스때 우주랑 한별이 아빠가 얼굴 비공개로 한번 온걸로 기억합니다
    언제인지는 모름니다만 있어요
  • @@@ 2013/01/25 22:42 # 삭제

    케로로 아버지는 우주 아버지보다 방송분량 더빼셧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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