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서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동네에 있는 초등학교를 거쳐야 한다. 꼭 학교를 거쳐 갈 필요는 없지만 빙 둘러 가는 것보다는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것이 여러모로 편해서다. 저녁 시간에는 늘 운동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수다를 떨면서 천천히 걷는 아줌마들, 자전거와 인라인을 타는 아이들, 사이좋게 배드민턴을 치는 부부. 요즘에는 축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재작년쯤엔가 운동장에 트랙을 새로 깐 이후로 운동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그전에는 가끔 축구를 하는 아이들을 빼고는 사람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는데 이렇게 사람들로 북적이니 활기가 있어 보여서 좋다.
어제도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 운동장을 가로 질러 가는데 이제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자와 여자 아이가 현관에서 진한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는 게 보인다. 일부러 보려고 본 게 아니라 그냥 눈에 띈다. 여자아이가 남자아이의 무릎에 걸터앉아서는 양손을 남자 아이의 목에 두르고 입맞춤을 할 듯 말 듯 가까이 있다. "아니, 저저저..... 저저저..... 어린 것들이..... 저런..... 부러울데가....." 솔직히 그랬다. 흔히 말하는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는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벌이는 애정 행각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보다는 그냥 부럽기도 하고 좋아 보인다. 그런 생각이 든다. 나보다 어린 아이들도 저렇게 열렬하게 사랑을 꽃피우는데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나는 대체 뭣하고 있는가.
생각해보니 오랫동안 연애를 쉬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딱히 만나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고 그럴 기회도 많지 않았다. 우선 마음이 끌려야만 움직이는 성격상 먼저 다가가기도 쉽지 않은 일이고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만나는 건 못할 짓이다. 가벼운 만남은 더 내키지가 않는다. 그것보다는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귀찮고 피곤하다.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끊임없이 생각해고 배려해야 하는 복잡한 감정이 버겁게만 느껴진다. 조금 시건방진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한 차례의 급격한 파고를 지나고 나니 감정도 무뎌진 듯하다.
누군가는 연애 피로증이라고 진단을 내린다. 연애지상주의자 (그에게는 내가 그렇게 보였나 보다) 가 연애에 지친 거니 결혼을 해야 한단다. 하긴 이제는 연애를 할 나이가 아니라 결혼을 해야 할 나이다. 아무리 내가 연애를 하고 싶다고 발버둥을 쳐도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찾아오는 나이는 아니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은 무겁게 짓누른다. 더 이상 정말 좋아죽어야만 결혼을 하는 거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갈 수록 주위의 압박도 심하고 뭐든지 적당한 게 좋은 거지, 라는 생각도 꽤 자주 든다. 꼭 결혼을 해야 할 이유도 없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결혼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했던 다짐들이 먼일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해야 할 나이가 됐다거나, 다들 하기 때문에 쫓기듯 결혼을 하기는 싫다. 더 나이 먹기 전에 짠한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아직 철이 덜 들었다.
덧붙임
글을 다 올리고 나니 그래서 결론이 뭔데... 라는 생각이 든다. 제목도 내용과는 안 어울린다. 고칠려니 귀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