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패> 의 액션은 자체로 꽤 근사한 쾌감을 준다. <짝패> 가 두말 할 것 없는 액션영화라는 점에서 류승완과 정두홍이라는 콤비는 더없이 적절해 보인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제대로 된 액션 영화를 만들겠다는 야심이 완전한 허언은 아니다. 영화 속에서 둘이 보여주는 액션은 몸에 딱 맞는 옷을 걸쳤다는 느낌을 준다. 맨주먹과 발차기로 시작해 끊임없이 몰려드는 하얀 체육복을 입은 좀비들을 목검과 회칼로 발라놓고는 다시 주먹과 발차기로 끝장을 본다 (운당정의 결투는 킬빌이 아니라 영웅본색2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맞고 때리는 순간은 격렬하다. 둘이 등장하지 않는 경찰서에서의 습격 장면은 강한 스턴트 액션의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액션 장면들은 스턴트 액션의 명료한 쾌감과는 또 다르다. 애초부터 류승완과 정두홍이 이소룡이나 이연걸과 같은 고수가 될 수 없다는 한계 아닌 한계를 가지고 있는 이상 배우의 능력에 의지한 몸의 움직임 보다는 영화적인 기교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크긴 해도 어찌됐건 영화 속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그리고 매우 격렬하게 움직인다.
"진짜 액션은 정서적인 반응을 액션에 담는 거다. 주먹 한 번 날리더라도 거기에서 분노가 느껴지는 것. 스토리나 인물이 그 주먹 날림을 향해, 거기로 모아지게 하는 것이다."
류승완 감독의 말을 전부 믿을 것은 못되어도 <짝패> 에서의 격렬한 움직임은 액션 자체의 파괴력에서뿐 아니라 때리고 맞게 되는 과정들 속의 감정을 폭발 시키는 데 어느 정도는 유효하다. 변질된 우정이라는 중심이야기도 그렇거니와 태수와 석환이 진실을 알게 되고 애증을 드러내면서 <짝패> 는 액션영화라는 장르에 신파의 정서를 확실하게 걸쳐놓고 본다.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게 신파다. 신파가 짜증나는 것은 다른 무엇으로 포장하려 할 때다. 뱀술을 땅에 묻으면서 20년이 지난 후에 꺼내 먹자던 그들의 약속은 지켜지지 못한다. 한 명은 죽고 다른 한 명은 믿었던 친구의 배신을 마주하고는 알코올에 삭혀진 뱀의 몸통을 뜯어 먹는다. 단지 친구라는 이유만으로도 좋았던 그들이 이제는 서로를 죽여야 하는 적으로 바뀌고 기어이 친구의 배에 칼을 쑤셔 넣어야만 하는 지경에 이르면서도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냐. 어렸을 때부터 네 손은 참 따뜻했어' 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어쩌지 못할 신파는 실상 <짝패> 의 원동력이 된다. 신파는 신파임을 감추려 하지 않을 때 오히려 쿨해 보인다.
"어떤 구체적인 장면이나 스토리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관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예전처럼 흉내내고 싶었던 특정한 영화들을 따라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나를 일궈놓은 것을 토대로 나 스스로를 증명해내는 작업이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었던 것 같다. 한국 특유의 액션을 보여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여간 이 영화는 어쩌면 내 필모그래피에서 마지막 액션영화가 될지도 모른다."
<짝패> 가 마지막으로 찍는 액션 영화가 될 지도 모른다는 류승완의 말이 그냥 해 본 소리이거나 극복할 수 있는 문제였으면 좋겠다. 클린트 이스트우가 마카로니 웨스턴을 자양분 삼아 걸작들을 만들었듯이, 오우삼이 원본의 맥락과는 상관없는 모방과 변주로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면서 어떤 경지에 이르렀듯이 류승완도 자신을 만들어 낸 장르 안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는 것은 자체로 흥미로운 일이 되지 않을까. 중요한 건 그의 말대로 단순히 자랑하고 나열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신 만의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고 <짝패> 에서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뤄내기도 했으니 액션 키드 (그냥 농담이지만 이제 류승완은 액션 키드에서 액션 청년쯤 된 것 같다.) 라는 말에 부담을 느끼기 보다는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
인터뷰 인용 : 우리 둘만의 진짜 액션 영화 (한겨레), 류승완의 세계를 증명하고 싶었다 (씨네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