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에버튼이 맨유를 이기리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지만 에버튼이 후반 초반까지 기대이상으로 잘해주면서 2대0으로 앞서나가자 혹시나 싶었다. 게다가 첼시는 볼튼과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살로몬 칼루의 연속 추가골로 역전을 한 상태였고 아직 드록바와 람파드라는 빅카드를 벤치에 모셔두고 있었다. 그러나 올 해 맨유는 뭘 해도 되는 팀이다. 작년까지 공격의 핵심이었던 반 니스텔 루이를 내보내고도 시즌 내내 1위를 할 수 있었던 이유가 거의 모든 선수들이 고른 기량을 보여줬기 때문이긴 하겠지만 유난히 경기운이 많이 따라줬다는 건 맨유의 팬들이나 퍼거슨 감독도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나 마찬가지다.
맨유의 뒷심과 운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2대0으로 뒤지고 있던 후반 초반. 에버튼 골키퍼의 자책골이나 다름없는 실수를 시작으로 수비수 필립 네빌이 걷어 내려던 볼은 그대로 골대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호날도의 투입으로 활기를 찾기 시작한 맨유는 더욱 파상 공세를 이어갔다. 어이없는 실수로 연속 두 골을 허용하고 무기력하게 무너진 에버튼은 루니와 이글스의 연속 골로 완전하게 패했다. 반면, 첼시는 후반 들어 드록바와 람파드. 조 콜을 모두 투입하면서 승부수를 던졌지만 번번히 공격 기회가 무산되면서 2대2로 비기고 말았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 무리뉴 감독이 심판에 대한 불만을 줄줄 늘어놓는다 해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오심이 많은듯 한 경기였지만 패배한 팀이 심판 탓을 하면 뭐하고 오심도 경기의 일부이니 어쩌겠는가. 물론, 일부 때문에 전체를 좌우할 수 있는 여지가 너무 많이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결국, 오늘 드라마의 주인공은 완전하게 맨유의 몫이었다.
특별히 맨유와 첼시의 팬도 아닌 사람으로서 정말 마지막 경기까지 누가 우승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게 되길 바랐는데 오늘 경기에서 맨유가 이기면서 맨유의 우승은 거의 확실해 졌다고 봐야 할 거 같다. 승점 차이도 그렇고 앞으로 남은 첼시의 일정 (아스널, 맨유, 에버튼) 이 정말 만만치가 않다. 두 경기를 번갈아 보면서 손에 땀을 쥐고 지켜봤는데 막상 경기가 끝나고 나니 모든 걸 체념한 듯 한 무리뉴 감독의 표정처럼 좀 허탈하다. 첼시를 좋아하진 않아도 쉐브첸코와 람파드의 팬이어서 내심은 첼시가 이기길 바랐던 모양이다. 그래도 무리뉴 감독의 말처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고 재밌는 경기를 해줬으면 좋겠다.
골을 넣고 환호하는 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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