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과유불급. 너무 지나치면 그 꼴 당한다. 하루 할당량 채우기도 버거울 만큼 강행군 중인 <거침없이 하이킥> 의 제작진들이 그런 생각으로 만들지는 않았겠지만 118회는 과유불급이란 말이 딱 적절하다. 지난 117회가 아무도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순재가 겪게 되는 고난이 주 내용이었다면 118회는 마찬가지로 일방적으로 가족들에게 무시당하고 상처받은 문희의 소외감, 복수. 그리고 대책 없는 신지의 자존심이 일을 만들어 낸다.
해미 (박해미) 는 나중에라도 입양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얘기를 꺼내고 문희 (나문희) 는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고 반대를 한다. 순재 (이순재) 와 가족들은 머릿속이 꽉 막힌 구닥다리라고 문희를 무시하고 이에 상심한 문희는 가출을 한다. 신지는 자존심을 긁는 해미의 말에 발끈하고 해미와 추격전을 벌이다 그만 차가 고장 나고 만다.
살다 보면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서 상처를 받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에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든든한 편이 되어줘야 할 것 같은 사람이 일방적으로 자신만 나무라거나 엇박자로 나간다면 그 충격은 상상외로 커진다. 문희는 자신을 머릿속에 든 것도 없는 구닥다리 노인네라고 무시하는 가족들에게, 신지는 룸메이트이자 친구인 서 선생이 자기의 편을 들어주지 않자 서운해 한다.
공교롭게도 두 에피소드의 발단은 해미다. 문희와 신지의 공적인 싹퉁바가지 해미로 인해 갈등이 벌어진다는 설정은 오랜만이어서 충분히 흥미로울 수도 있었을 텐데 마르고 닳도록 우려먹는 해미와 민용의 대결만큼도 못했다. 문희 같은 경우는 말만 많고 책임질 줄 모르는 이씨 남자들의 고약한 습성이 쌓이고 쌓여서 폭발한 것이라 단순한 심통이라고 하기엔 뭣하고 자신의 처지에서 할 수 있을만한, 나름 이후에 벌어질 상황을 면밀하게 계산한 복수여서 직접적으로 해미와 부딪히지 않고도 재미있는 상황이 만들어졌지만 해미와 신지의 대결은 한 번 열 받으면 거칠 것 없는 신지의 성격과 유독 서 선생에게 만은 무한한 자비를 베푸는 보살 신지가 섞이면서 이도 저도 아니게 끝내 버리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뒤늦은 감정에 후회하고 의기소침한 신지보다는 일단 앞 뒤 안 가리는 신지가 훨씬 더 낫고 안 그래도 신지라는 캐릭터가 뭐하나 명확한 게 없으니 이렇게라도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진 않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별거 아닌 말에 발끈하는 신지가 신지다워 보이긴 해도 그토록 해미라면 치를 떨 수 밖에 없는 것이 매사에 자존심을 긁는 싹퉁바가지여서 뿐 아니라 민용과 마찬가지로 애증을 품고 있어서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들을 무모한 자존심 내지는 열등감으로만 표현할 게 아니라 정말 본격적으로 한 번 다뤄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역시 신지와 해미는 전설적인 노래방 대결 이후 잠잠하다.
순재를 비롯한 이씨 남자들은 지나치게 문희를 무시하다가 조금의 대가를 치른 셈이고 신지는 대책 없이 자존심만 내세우고 만용을 부리다가 고장 난 차 속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지만 그렇다고 고집불통에다 까칠한 이씨 남자들이 변할 일은 없을 것이고 늘 자극만 받는 신지의 불 같은 성격이 고쳐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서 선생과 돈독한 밤을 지새운 신지는 나름 기억에 남을 하룻밤의 과속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방영일 2007.04.30)
생각을 바꾸라는 순재의 말에 집안의 모든 것을 바꾸어버리는 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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