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이 가방을 가지러 옥탑방에 올라간 신지는 우연히 해미가 자신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듣게 된다. 신지에 대해 답답하다며 자기 길이 아니다 싶으면 빨리 정리하는 게 좋다고 하는 해미의 말에 신지는 기가 막혀 하는데... 한편, 민용은 민정이가 집에서 온 전화를 받으며 약속이 있어서 집에 못 내려간다고 이야기 하는 것을 듣게 된다. 민용은 민정에게 요새 매일 만나서 질린다며 오늘은 밥만 먹고 일찍 헤어지자고 하는데..
해미가 문희와 민용, 신지의 공동의 적이 된 것은 간단하다. 해미는 <거침없이 하이킥> 에서 거의 유일하게 잘나고 똑똑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매사에 자기 잘난 맛에 사는 해미를 싹퉁바가지라고 입을 모아 욕을 하면서 한 번이라도 높은 콧대를 꺾고 싶어 하는 세 사람은 사사건건 해미와 부딪히면서 많은 사건들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언제나 당하는 건 문희, 민용, 신지다. 시트콤의 특성상 강자와 약자, 상식과 비상식이 부딪히면 깨지는 건 후자 쪽이다. 그것이 훨씬 더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기도 하고 반복해서 써 먹을 수 있을 만큼 편하고 쉽기 때문이다. 특히, <거침없이 하이킥> 에서 해미와 세 사람의 에피소드는 마르지 않는 샘이고 무한 반복되는 소재이기도 하다.
해미와 세 사람의 불화가 끊이지 않는 것은 자기주장 강하고 딱 부러지는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해미가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이라는 측면도 있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무능력하고 존재감 없는 순재와 준하를 대신하는 해미는 그저 돈만 벌어다 주는 이름뿐인 가장이 아니라 그에 걸 맞는 힘과 권위를 가지고 있는 가장이고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성격이 더해지면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해미는 알게 모르게 자신에게 쥐여진 힘을 빌미로 집안의 거의 모든 일을 뜻대로 통제하고 싶어 하고 또 그렇게 만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끊임없이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민용을 처절하게 응징하거나 민용과 민정의 관계에 필요 이상으로 관심을 보이는 것도 우린 가족이니까로 통용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지만 해미는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해미의 행동은 유난히 문희와 민용, 신지의 반발을 일으킨다. 민용이 해미에 대한 애정이 미움으로 바뀌면서 어긋나기 시작한 것과 비슷하게 문희는 식모 취급하고 무시하는 순재 영감과 잘난 며느리를 모시고 사느라 생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신지는 작곡가로 성공하고 싶다는 욕망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각성제로 해미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다. 같은 여자로서 느끼는 묘한 경쟁심, 부러움과 질투 같은 감정들이 자신의 처지와 비교되면서 겉으로는 미워하면서도 속으로는 닮고 싶은 사람이 된다고 해야 할까. 어떻게 보면 문희와 신지에게 해미는 대리만족의 대상이자 좀처럼 넘기 힘든 현실인 셈이고 세 사람 다 단순히 밉고 싫은 차원을 넘어서 여러 복잡한 감정이 쌓이고 쌓이면서 애증을 주고받는 것처럼 보인다.
매사 잘난 사람이 잘난 행동만 해대면 더 인정하기 싫어지는 게 사람 마음인데 하물며 자존심 강하고 남에게 지지 않으려는 신지라면 더욱 눈꼴시고 뼈에 사무치는 건 당연하다. 그동안 해미가 오죽 신지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도발을 했던가. 신지의 입장에서 보면 발단은 늘 해미다. 129회에서 신지는 준이의 가방을 가지러 옥탑방에 올라갔다 우연히 해미의 말을 듣게 되고 열이 받는다. 혼자 열이 받을 대로 받은 신지는 고민하다 해미에게 능력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노력한다.
해미에게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한 신지의 노력은 눈물겹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봐도 작곡가로 성공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신지가 유망한 작곡가로 잡지에 실리게 되고 그로 인해 해미에게 인정받으려고 하는 모습은 항상 말썽만 피우던 아이가 모처럼만에 착한 일을 해놓고 선생님에게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고 칭찬을 들을 기대에 부풀어 하는 모습처럼 순진하고 귀엽기까지 하다. 겉으로 보기에 신지는 지나치게 생각이 많은 듯 보이지만 자존심 하나만 세워주면 만사 오케이일 정도로 단순한 사람이고 그걸 몰라주는척 하는 해미는 어른스러워 보이긴 해도 얄밉다.
언제부턴가 해미는 잘나고 똑똑한 것도 모자라 사려 깊은 마음까지 더해지면서 인간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거의 다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다른 캐릭터들과 맞물려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너무 틀에 박힌 감동이나 교훈을 주는 쪽으로 흘러버리기도 한다. 어찌됐건 해미는 신지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성공에 대한 열망을 자극한다. 언제나 그렇듯 불같이 일어나는 신지의 성격상 해미의 자극을 감정적으로만 받아들이고 말지도 모를 일이지만 혼자 욱하고 분을 못 이겨 생난리를 치는 것도 신지의 매력이다. (방영일 2007.05.16)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