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어떻게든 터트려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드라마를 보면서 감정이입을 잘 하는 편이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면서 울기도 잘 한다. 이건 참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데 유난히 마음속의 어떤 한 부분을 핀셋으로 콕콕 집어내서 툭툭 건드리는 드라마에 약한 거 같다. 몇 년 전 <네 멋대로 해라> 를 보면서도 그랬고 노희경 작가의 거의 모든 드라마를 보면서도 그랬다. 주위에서 다 큰 남자가 드라마를 보면서 자기 일처럼 흥분하고 훌쩍 훌쩍 울기나 한다고 놀려대도 어쩔 수 없다. 아무리 드라마라도 보는 동안은 내게 닥친 현실이고 경험이다.
요즘 즐겨보고 있는 <거침없이 하이킥> 도 그렇다. <거침없이 하이킥> 은 가족 시트콤으로서는 드물게 멜로드라마에 꽤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초반의 <거침없이 하이킥> 이 막 구축되기 시작한 캐릭터와 미스터리한 이야기로 흥미를 끌어냈다면 중반 이후부터는 만나고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나게 되는 멜로드라마에 관심을 둔다. 그런 이야기는 각자 처한 입장에 따라 계속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이어진다. 그것이 <연애시대> 를 벤치마킹 했던 애초의 의도였건 러브라인 지지자들의 극성에 제작진이 백기 투항한 것이건 간에 이미 단단하게 구축된 멜로드라마는 좋던 싫던 <거침없이 하이킥> 을 끌어가는 큰 힘이 되어버렸다.
내가 <거침없이 하이킥> 의 멜로드라마, 특히 가족 시트콤을 신파 멜로드라마로 둔갑시킨 주범이라고 욕을 먹는 민정과 민용 커플을 좋아하는 것은 거의 모든 사람이 경험했을법한 연애 감정들을 새삼 불러와서다. 남들처럼 작은 호감으로 연애를 시작하고 많고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진짜 커플이 되어가는 민정과 민용은 참 예쁘고 귀엽게 사랑한다. 작은 일에 기뻐하고 또 작은 일에 슬퍼한다. 그러면서 감정이 깊어지고 믿음은 커져간다. 여전히 둘은 현실의 벽에 마주 서있고 그걸 넘어설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모든 걸 함께 겪어내는 그들을 지켜보면서 너무 이른 나이에 의욕을 잃고 포기하기 바쁜 누군가에게 작은 위안을 주기도 한다.
어느 유명한 작가가 나이가 들었다고 더 이상 사랑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버리라고 했다지만 어느 의지박약한 누군가에게는 꼭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서 드라마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할 수밖에 없을 때가 있기도 하다. 다 써놓고 보니 신세 한탄에 비겁한 변명이로구나. 관련글 - 민민을 위한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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