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하드 4.0 - Live Free or Die Hard> 에서 컴퓨터에 능통한 매튜 (저스틴 롱) 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C.C.R의 'Fortunate Son' 을 듣고는 오래됐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라고 투덜대지만 <다이하드 4.0> 은 낡고 오래된 것의 즐거움, 시간이 흘러도 변할 줄 모르는 구식이 얼마나 흥미로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그래서인지 12년 만에 만들어진 <다이하드4.0> 은 동종 장르와 시리즈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1편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순식간에 미국의 시스템을 장악한 악당은 1편의 한스 그루버 (앨런 릭맨) 처럼 최첨단의 기술을 동원해 돈을 빼려고 하고 뉴욕 경찰 존 맥클레인 (브루스 윌리스) 은 엘리베이터가 오르락내리락하는 통로에 매달려 사투를 벌인다. 고소 공포증 때문에 비행기를 두려워하던 존 맥클레인이 손수 헬리콥터를 운전한다는 식의 유머, 그리고 죽도록 고생해야만 하는 운명을 혼잣말로 지껄이는 자학 개그도 여전하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무전기다. 무전기는 2편에서도 두드러지게 쓰인 소품이었지만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된 건 1편이다. 1편에서 무전기는 나카토미 빌딩에 고립된 존 맥클레인과 바깥을 연결해 주는 유일한 통로였고 악당 두목과 뼈있는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영화의 긴장을 증폭하는 긴요한 장치이기도 했다. <다이하드> 는 한 공간 안에 존 맥클레인과 악당들을 죄다 몰아넣고는 끝까지 가보는 액션영화이면서 한 편으론 생과 사의 기로마다 인간적인 고민과 감정을 불어넣는다. 그 과정에서 무전기는 훌륭한 도구가 된다. 일로 인해 아내와 불화를 겪는 존 맥클레인은 무전기를 통해 마음속에 담아뒀던 감정을 털어놓고는 왜 아내에게 진작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을까, 후회하고 눈물을 흘린다. 존 맥클레인이 동시대를 주름잡았던 액션 스타들과 같으면서 다른 점은 급박한 순간에도 그런 인간적인 면모를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존 맥클레인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라면 <리쎌웨폰> 의 마틴 릭스가 거의 유일할 것이다.
<다이하드 4.0> 에서 무전기는 그 정도로까지 활용되지는 않지만, 케빈 스미스가 연기한 워락은 집안 지하실에 최첨단의 장비를 갖춰놓은 유능한 해커이면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구식 무전기를 준비해 놓는다. 혹시나 세상이 망하게 되더라도 기댈 것은 무전기 밖에 없다는 것이다. 순식간에 한 나라의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디지털 시대에 대한 불안은 12년 만에 돌아온 과거의 액션 영웅이 처해야 하는 고난과 잘 어울려 보인다. 그 무전기를 통해 존 맥클레인은 FBI와 연락을 주고받고 딸 루시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 를 인질로 잡은 토마스 (티모시 올리펀트) 에게 존재를 증명해 낸다. 다만, 꽤 긴 시간이 흐른 탓에 아내는 이름으로만 존재하고 맥클레인은 매튜와 루시가 눈 맞을까봐 경계하는 나이 든 아버지가 됐다. 굳이 인생무상, 세월에는 장사 없다고 낙담할 것까진 없다. 여전히 존 맥클레인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죽도록 고생한다. 자신을 이해해주는 경찰, 공항 지리를 잘 아는 노동자, 어쩌다 엮이게 된 전파상 주인과의 파트너 쉽은 <다이하드 4.0> 에서도 마찬가지다. 디지털에 익숙한 패럴이 컴퓨터를 사용하여 위기를 극복하는 것처럼 맥클레인은 몸으로 부딪힌다.
<다이하드> 와 함께 80년대를 대표하는 액션 영화였던 <리쎌웨폰> 이 마틴 릭스를 단란한 가정의 가장으로 만들면서 시리즈를 마무리 한지도 10년이 다 된 지금, 존 맥클레인은 귀환은 반갑다. 무려 19년 동안 LA의 고층 빌딩과 워싱턴의 공항, 뉴욕의 거리, 다시 뉴져지와 워싱턴, 볼티모어를 오가며 죽도록 고생하는 존 맥클레인이야 말로 살신성인하는 진짜 액션 영화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반갑다. 존 맥클레인.
덧붙임
같은 배우는 아니지만 요랬던 꼬맹이가 아래 같이 자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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