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서 더 아름답게 기억된다. 그것이 첫사랑이건, 혹은 서너 번의 경험이 쌓인 사랑이건, 이뤄지지 못한 사랑은 판타지이지만 현재의 사랑은 현실이다. 속된 말로 볼 거 못 볼 거 다 겪은 사이에 새삼 그립고 아련한 마음이 들일은 적을 것이다. 물론, 현재 진행형인 사랑은 그런 감정이 빠져나간 자리에 다른 부분이 생겨나고 단단하게 채워지기도 하겠지만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 ただ、君を愛してる, 2006> 는 이루어지지 못했기에 가슴속에 품어둔 감정이 얼마나 찬란했는가를 더듬어간다.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주인공 마코토 (타마키 히로시) 는 어딘지 덜 자란듯한 시즈루 (미야자키 아오이) 와 친구가 된다. 시즈루는 마코토를 친구 이상으로 대하고 있음을 내비치고 마코토는 같은 과의 미유키 (구로키 메유사) 를 좋아하고 있다고 믿으면서 시즈루를 친구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코토는 생애 첫 번째 키스와 사랑을 남겨놓고 떠난 시즈루의 빈자리를 느끼고서야 얼마나 그를 사랑하고 있었는지를 알게 된다.
살기 위해 성장을 늦출 수밖에 없었던 시즈루와 사랑이 사랑이란 걸 모르고 지나치는 마코토의 로맨스는 노골적인 이야기에 비해 덜 신파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두 사람이 헤어지게 되는 원인이기도 한 시즈루의 병은 필요이상으로 심각한 척 분위기를 잡지 않는다. 친구도 연인도 아닌 어정쩡한 두 사람의 감정을 단편적으로 잡아내고 풋풋한 내음을 이어가는 영화에서 비극적인 상황에 골몰하고 질척거리는 모습은 어울리지 않기도 했겠지만, 영화가 눈물의 신파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있는 것은 보고만 있어도 귀엽고 예쁜 두 캐릭터의 화사한 매력 덕분이다.
특히 미야자키 아오이가 연기한 시즈루는 미유키에 대한 마코토의 짝사랑에 질투를 느끼며 입을 삐죽 내밀다가도 데이트를 잘 하라면서 멋진 의상을 골라주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기 위해 미유키와 친하게 지내려고 한다. 그런 시즈루의 행동은 사랑은 하는 것의 즐거움이란 입에 발린 소리가 새삼스레 떠오를 정도로 귀엽고 사랑스럽다. 조금씩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의 기억들이 참 귀엽고 예뻤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것처럼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도 그런 비슷한 느낌을 준다. 마코토와 시즈루가 사진을 찍으며 감정을 쌓아가는 출입금지 구역과 뉴욕의 풍경도 두 연인을 배경으로 한 예쁜 그림엽서 같다.
태어날 때부터 희귀한 병을 앓았고 병을 키우지 않기 위해 성장을 늦춰야만 했던 시즈루에게 사랑은 일생에 한 번 찾아올 수밖에 없는 운명이자 생명을 담보로 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일방적일지도 모를 감정에 모든 것을 거는 시즈루의 사랑은 극단적이고 무모해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로 태어나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이 행복했노라는 시즈루의 고백은 사람들 마음속에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있을, 혹은 그렇다고 믿고 싶은 사랑의 순수함을 대신 확인시켜 준다.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는 착하디 착한 사랑의 판타지다.
덧붙임
1. 영화를 보고 나서 시즈루가 입에 달고 살던 도넛 비스킷이 먹고 싶어졌다. 이거 우리나라에서는 안 파는가 모르겠다. 2. <나나> 에서는 그저 그랬던 미야자키 아오이가 좋아졌다. 귀여운 사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