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 CGV가 생겼다. 버스를 타고 가기엔 애매하고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주로 시내에서 영화를 봐서 생긴 지도 몰랐다. 늦게 알아서 그렇지 더 오래전에 생긴 모양이다. 지난 목요일 저녁에 집 근처 CGV에서 <본 얼티메이텀> 을 봤다. 같은 CGV 체인이니 시설은 특별히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았다. 큰 쇼핑몰이 있거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도 아니고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많지도 않은 주택가에 위치해서 그런지 조금 한산했다. 이번 주에 가장 예매율이 좋다는 <본 얼티메이텀> 을 두 번째로 큰 상영관 (그래봐야 이백석이 좀 넘는다) 에서 10명 남짓한 관객들과 봤다. 아무래도 <본 얼티메이텀> 같은 영화는 적당히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서 봐야 더 제 맛인데 그게 좀 아쉽다.
오랜만에 썰렁한 극장에서 영화를 보려니 자주 찾던 대한극장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영화 좋아하는 사람이 들으면 뭐 저런 바보가 다 있냐, 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대한극장을 좋아하는 건 딱 한가지다. 넘치지도 모자르지도 않은 적당함. 워낙 막귀에 막눈이니 사운드 시스템이 어떻고 화면비가 어떻고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적당히 붐비고 또 적당히 한산하기도 한 대한극장의 분위기가 맘에 든다. 그러니까, 영화가 시작되기 전까지 내 자리에 앉아 있다가 불이 꺼지면 좋은 자리를 골라서 앉아도 되는, 메가박스나 CGV처럼 너무 붐벼서 영화를 보기도 전에 지치게 만들지도 않고 너무 썰렁해서 영화 보는 맛을 반감시키지도 않는 그 적당함. 언제나 대한극장은 그랬다. 같은 공간 안에서 내가 느꼈던 즐거움을 옆 사람도 느끼고 그게 온 극장 안으로 퍼져 나가는 걸 확인할 때의 쾌감. 그 말 못할 정도의 짜릿함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즐거움이기도 할 텐데 그게 빠진 영화 관람은 어딘지 싱겁고 못내 아쉽다. 그렇다고 <본 얼티메이텀> 이 싱거웠다는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충분히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