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대통령을 당선시키자마자 본격적으로 확인 도장을 찍어주신다. 한나라당 선거대책 위원회 말에 따르면 경부 운하를 내년 하반기에 착공해 2011년에 완공시키겠다고 한다. 일단 추진력 하나는 무척이나 끝내준다. 수많은 사람들이 국가적인 재앙이 될 거라고 반대해 온 일을 당선되자마자, 그것도 전 국토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을 공사를 3년 만에 마무리 짓겠다니 말씀이다. 그 놈의 불도저 같은 추진력과 짱돌에 이름을 박으려는 임기병 하나 만큼은 알아줄 만하다. 하긴 대한민국 국민의 48퍼센트가 그 무대포와 제왕적인 모습을 높이 산거겠지. 근데 왜 난 무식한 사람이 하고자 하는 의욕만 앞서면 그게 제일 무섭다, 라는 말이 먼저 떠오를까. 안 그래도 '저요. 그러니까 제가 사기꾼한테 사기 당한 불쌍한 피해자거든요,' 라고 질질 짜면서 꿈을 이루신 분이라 더 걱정스럽다.
이명박과 한나라당 입장에서 자신들의 주요 공약을 쉽게 철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 취임 초반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지금부터 확실하게 도장을 찍어놔야 하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그건 그네들의 입장일 뿐이고, 짧은 시간 안에 어떤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조급증은 참말로 답답하다. 경부운하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그 야심찬 계획이 경제는 물론 환경까지 망치는 사상 최악의 삽질이 될 거라는 경고쯤은 가볍게 무시하고 지금으로선 정체를 알 길 없는 '세계에서 가장 신뢰도가 높은 기관 (정말 그런 기관이 있기나 한건지, 있다면 어딘지 참 궁금하다)' 으로부터 환경영향평가만 받아 얼렁뚱땅 넘어갈 모양이다.
일일이 예를 들 수 없을 정도로 급하게 일을 서두르다 끔찍한 일을 당한 경험이 흔하디흔하지만 그 많은 일을 겪고도 학습효과란 게 전혀 없다. 지극히 당연하고 보편타당한 상식을 가벼이 아는 대통령당선자와 정당이니 아무리 과정에 문제가 많고 모래위에 쌓은 집 같다고 해도 뭐든지 빨리 빨리 결과만 내놓으면 그만이라는 악습은 더 심해질 게 뻔하다. 너무 성급하다고? 이제까지의 모습을 보면 전혀 믿음을 못가지게 한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고 조금이라도 희망을 걸어 볼 구석이 있어야 기대라도 하는 법이다. 생각해보니 그 분(?!)이 서울시장일 때 갖은 특혜 의혹에다 시공사 선정도 안 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공사를 추진했던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공사장의 지반이 내려앉은 일도 있었다. 오래되지도 않았다. 그게 바로 서너 달 전이다. 뭐가 그리 급하다고 서둘러야만 하는 걸까. 당신들의 같잖은 치적을 위해 많은 것들을 희생시켜야만 속이 시원할 참인가.
덧붙임
이명박을 비판하면 진보인 줄 안다고 좋은 쌀밥 먹고 쌀이 아까운 헛소리 하는 인간들이 있는데 이명박에 대한 거의 모든 문제와 비판이 비상식 (몰상식) 에서 시작되는 것이란 걸 모르나. 왜 상식과 비상식을 이야기하는데 진보니 보수니 하는 것들이 튀어나와야 하는 건데. 당신들 말대로 모르면 좀 배우시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