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KBS의 생방송 시사 투나잇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방영했다. 이제 대통령에 취임 할 당선자와 퇴임을 앞둔 대통령 생가의 모습은 사뭇 대조적이었다. 늘 그렇듯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호의로 이어지고 사람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퇴임을 앞둔 대통령의 그림자는 쓸쓸하게 마련이지만 눈길을 끈 건 이명박 당선자의 생가를 찾은 사람들의 인터뷰였다. 한밤중에 다 죽어가는 사람이 기적을 얻겠다고 찾아오더라는 당선자의 사촌 형수 말은 대통령 선거 이후 늘 있어왔던 가십거리에 불과하지만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꿋꿋이 이겨내고 꿈을 이룬 사례가 모범이 되어서 아이들을 데려왔다' 는 사람들의 말은 시대의 가치관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방송을 보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이루면 그만이라는, 비도덕과 꼼수가 도덕과 상식을 이기는 세상이 본격적으로 다가왔음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지금도 만연해있고 특히 지난 몇 개월 동안 지겹도록 보아왔으니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는 너무 소름 돋는 현상이기도 하다. 현 정부에 대한 실망이라고 이해하기에도,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덕담이라고 좋게 받아들이기에도 몰염치의 수준은 도를 넘었다. 결국, 이 글도 수많은 사람이 했던 걱정과 우려의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고 있지만 권장하지 못할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적어도 이제껏 학교와 사회에서 진리처럼 배운 도덕과 상식이 틀리지 않았다면 말이다. 이대로라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착하고 바르게 살라는 가르침은 개도 거들떠 보지 않을지 모른다. 주로 경제관련 분야에서 자주 쓰이던 '도덕적 해이' 라는 말은 그것의 반대 지점에서 화두가 되어가는 듯하다.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더라도 잘 먹고 잘 살수 있다면 그만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이 지난 대통령 선거를 통해 구체적인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패러다임은 희망보다는 절망에 가깝다.
이미 드러난 수많은 탈법과 밝혀지지 않은 의혹은 '경제만 살릴 수 있다면' 이란 사이비종교의 교리 앞에 꿋꿋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모범적인 성공 사례가 되고 만다. 세상사의 다른 일이야 어떻게 되건 말건 나만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면 그만이란 심리는 지역과 세대를 뛰어넘는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거창한 대의명분은 양극화나 고용불안 따위는 관심 밖의 일이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집과 땅값이 오르고 마땅히 내야 할 세금을 줄여주면 그만 아니던가.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경제'만' 살리면 뭐든지 좋아질 것이라는 말은 빤히 속이 보이는 위선과 자가당착에 불과하다.
과연 희망을 심어주겠다는 부모를 따라온 어린아이는 무엇을 보고 느낄 수 있을까. '대통령이 되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는 아이의 대답에 흐뭇한 웃음으로 응대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시대의 암울한 징후를, 그리고 우리가 두고두고 떠안게 될 책임이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