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샘 앨러다이스 감독이 해임을 당했다. 겉으로는 구단과 감독이 상호 합의하에 사임을 하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상 성적부진을 이유로 해임 당한 것이다. 작년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마크 비두카와 앨런 스미스, 조이 바튼을 포함해 9명의 선수를 영입한 뉴캐슬은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맨체스터 시티와 함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주말 경기가 끝난 14일 현재 7승 5무 10패의 성적을 거두며 11위에 머무르고 있다. 물론, 작년과 비교해도 최악의 성적은 아니고 하위권 팀들처럼 당장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는 아니지만 이대로라면 그마저도 장담을 할 수가 없다. 뉴캐슬은 감독을 해임하자마자 치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0대6이라는 패배를 당하기도 했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영입한 비두카와 스미스는 기복이 심하고 말썽장이 바튼을 데려온 건 시즌 내내 뉴캐슬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마르틴스와 압둘라예 파예를 제외하면 어느 곳을 막론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다. 니키 버트는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하기 일쑤고 호세 엔리케와 로제날의 수비는 실점의 빌미가 되는 큰 구멍에 가깝다. 팀의 거의 모든 주축 선수들이 전성기를 지났다는 공통점도 있다. 뉴캐슬의 답이 안 나오는 조직력은 좀처럼 반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븐 골키퍼의 평점이 늘 높게 나오는 것은 뉴캐슬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것이 전적으로 감독 탓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앨러다이스 감독이 뉴캐슬에 있었던 시간은 단 8개월이다. 게다가 시즌 내내 성적과는 관계없이 해임설에 휩싸였다. 바로 전 구단주가 불러들인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첼시의 조세 무리뇨 감독을 시작으로 볼튼의 새미 리, 토트넘의 마틴 욜, 더비 카운티의 빌리 데이비스등 모두 8명의 감독이 사임을 가장한 해임을 당했다. 프리미어리그 20개 팀 가운데 거의 절반가량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감독을 교체한 셈이다. 비교적 감독 해임의 압박에서 자유로운 팀은 리그 1,2위를 달리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날. 그리고 에버튼과 포츠머스, 맨체스터 시티, 애스턴 빌라 같은 중상위권 팀들 외에는 없다. 물러난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풀럼의 로리 산체스처럼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팀을 바꾸려다 실패한 감독은 능력도 안 되는 북아일랜드 선수들을 데려다 팀의 바탕까지 망쳐 놓았다는 비아냥거림을 퇴임 후에도 들어야 한다.
앞으로도 감독 해임은 계속 될 것 같다.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 보이지만 미들즈브러의 사우스게이트 감독도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첼시의 그랜트 감독은 성적에 관계없이 이번 시즌이 끝나면 감독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거액을 들여 선수를 영입한 빅 클럽의 경우 우승권에 들지 못하면 사정없이 흉흉한 소문에 휘말린다. 다음 감독 해임의 희생자는 리버풀의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이 될 거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베팅 업체는 언제 누가 해임이 될 것인가를 놓고 어마어마한 판돈을 걸고 있다. 이대로라면 EPL 감독의 수명이 제일 길다는 월드 사커의 통계는 수정되어야 할지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과 아스날의 아르센 웽거같이 한 팀에서 오랜 기간 감독을 맡는 경우는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이쯤 되면 우려의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같은 맨체스터 시를 연고로 하고 있는 퍼거슨과 에릭손 감독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며 앨러다이스 전 감독을 변호하고 나섰다. 다른 클럽의 감독들도 거들었다. 축구에 대한 경험과 애정이 없는 구단주들이 당장의 성적에만 급급하다 보니 감독과 선수에게 창의적인 플레이를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최소의 시간마저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 이유를 지나치게 비대해진 리그의 외형 때문이라고 꼽기도 한다. 결국은 돈이다. 중상위권 클럽은 더 위의 등수를 내기 위해 하위권은 리그 잔류를 위해 감독을 바꾼다. 막대한 돈이 걸린 성적에 민감해하지 않을 구단주는 없다. 그것이 더 많은 돈을 쫓아갈 수밖에 없는 자본의 생리다. 하지만 감독을 바꾼다고 당장에 성적이 좋아지고 돈이 따라 올리는 없다.
충분한 준비도 없이 급작스레 부임한 감독이 팀 전체를 장악하고 이전과는 다른 경기력을 보여주기란 말 그대로 불가능에 가깝다. 마틴 욜 이후에 부임한 토트넘의 라모스 감독은 훨씬 다양하고 공격적인 옵션을 활용하고는 있지만 특별한 해답이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팀을 이끌 마땅한 플레이 메이커가 없고 미드필더와 수비의 고질적인 불안 (골키퍼 폴 로빈슨을 포함) 같은 팀 전체에 산적한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호날두, 첼시의 드록바 같이 개인 능력으로 경기장을 휘젓고 다닐 선수도 없고 아스날처럼 유기적인 팀플레이를 할 수 있는 전력도 아니다. 이는 감독이 바뀐다고 일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라모스의 살생부가 이유 없이 나온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감독 해임의 유행(?!)이 쉽게 사그라지지는 않을 참이다. 당장의 침체된 팀 분위기를 바꾸거나 팬과 언론의 질책을 피하기 위해서는 감독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시즌 중의 감독 해임이 프리미어리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현상이 바람직하지는 않으며 막바지에 다다른 예비 신용 불량자의 카드 돌려 막기처럼 끝이 보이는 파국 같다. 잦은 감독 해임의 피해자는 누구랄 것도 없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전체적인 경기력의 하향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팀의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하기도 전에 감독이 잘려나간다면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구단주들이 우려하는 자본(과 팬)이 줄줄이 빠져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문제는 감독 해임이라는 고유권한을 비상식적으로 남용하는 구단주에게서 카드를 빼앗아 가위로 잘라버릴 힘이 누구에게도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