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방영한 PD수첩 <표적이 된 수사관? - 그 진실은...> 편을 보면서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 이 새삼 떠올랐다. 법적인 구속력도 없는 의혹과 증거만을 가지고 취재, 보도하는 시사 프로그램을 대할 때 마다 항상 느끼는 것이긴 하지만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 내사를 받고 있다는 한 경찰관에 대한 상반된 증언은 네 명의 주관적인 시점으로 하나의 사건을 보여주는 영화의 내용과 겹친다. PD수첩에서 방영된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오 모 경위는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해 경장 경사 경위까지 모두 특진으로 진급할 정도로 화려한 수사경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한화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 수사 이후 인사 청탁, 술ㆍ성 접대, 유흥업소 결탁 및 비호 등의 비리 혐의로 경찰의 내사를 받는다.
뚜렷한 증거도 없이 사람들의 증언만으로 이루어진 공방은 무엇이 진실인지 섣불리 가늠하기 어렵다. 한화 김승연 회장을 수사했다는 것과는 별개로, 오 반장이 근무했던 지역의 유흥업소 사장, 그에 의해 검거된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절대 좋아할 수 없는 부류의 사람이지만 세상에 털어서 먼지가 안 나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일 거라고 입을 모은다. 동료 경찰은 원리원칙주의자였기에 그런 일을 당했으리라 짐작한다. 반대로 오 반장이 한 안마시술소에서만 뇌물을 상납 받고 있고 그 곳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경쟁 업체를 재기불능의 상태로 만들어 놓아서 원한을 샀다는 말도 나돈다. 한쪽의 얘기를 들으면 정말 세상에 저런 경찰이 있기는 한 건가 싶을 정도로 청렴결백한 공무원의 표상이고 또 다른 쪽의 주장대로라면 오 반장은 완벽하게 사람들을 속이면서 이중생활을 한 파렴치한이다. 어쨌든, 한화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 이후 계속되어 온 250여 일의 내사기간 동안 3건은 혐의 없음, 내사 종결로 결판났고 또 다른 혐의는 수사 진행 중이다.
아직 경찰 내부에서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진실이 어떻다, 라고 단정 짓는 건 경솔한 짓이다. 언론의 보도를 백 퍼센트 믿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하지만, 정의가 없는 사회에서 정의로운 사람은 언제나 배척당하고 만다는 말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지나치게 이 사회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기 어려운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라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사회에서 누가 조직의 질서를 해치는지는 분명한 것이고 아무리 죄가 없어도 걸면 걸릴 수밖에 없다. 계속되는 무혐의에도 내사를 강행하는 이유도 석연치 않을뿐더러 오 반장의 비리혐의를 수사 중인 특수 수사대가 한 유흥업소에서 60만원 어치의 공짜 술을 먹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짐작 가능하다. 검은 까마귀만 있는 세상에서 흰 까마귀는 더 이상 까마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