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도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지만 대한민국 아저씨들의 가슴을 벌렁거리게 하는 소녀들의 바람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 각자의 취향을 가지고 좋다, 나쁘다 할 순 없는 노릇이니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현은 좀 심한가. 어쨌든, 남들이 다 좋다고 하면 일단 싫다고 반항해보는 유치한 습성 반, 아이돌이라면 대놓고 무시하는 꼴같잖은 취향 반의 반, 그런 생각이 맞는다는 확신을 심어준 몇 곡의 노래를 들으며 원더걸스, 소녀시대를 막론하고 절대 저런 꼬맹이들이 좋아 질리는 없다고 장담했다.
그런데 세상에 장담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뒤늦게 소녀시대가 좋아졌다. 그것도 무척. 아주 많이. 이유? 생각해 보니 없다. 어느 순간부터 그냥 좋아진 거다. 방송에 나오는 소녀시대를 보면 아무 생각 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생글 생글 눈웃음을 짓는 티파니 (유난히 눈웃음 짓는 사람에 약하다) 도 귀엽고, 팀의 리더이자 메인보컬 태연, 제시카, 길쭉길쭉한 팔 다리를 가진 수영과 윤아, 애교 많은 듯 보이는 써니, 없는 듯 있는 서현, 까불거리는 유리, 멤버 중에 가장 관심을 덜 받지만 춤 잘 추는 효연도 좋다. 처음엔 방송에서 자주 얼굴을 볼 수 있는 윤아, 태연, 티파니를 제외하면 얼굴과 이름이 매치가 안돼서 누가 누군지도 몰랐는데 관심이 있으니 일부러 외우지 않으려 해도 자연스레 알아진다. 훗~
내친김에 소녀시대 1집도 샀다. 핑클 이후로 아이돌의 음반을 구입한 건 처음이다. CD를 MP3 플레이어에 옮겨 놓고는 얼마나 들었는지 모른다. 거짓말 안 하고 일주일동안 듣고 또 들었다. 신기하게도 질리지가 않는다. 질리기는커녕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렇게 기분이 상쾌해질 수가 없다. 또래의 아이돌과는 달리 앵앵거리는 목소리가 적은 것도 맘에 든다. 유일하게 튀는 강타와의 듀엣곡을 제외하면 가볍고 화사한 느낌을 유지하고 있다. 발라드마저도 부담이 없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소녀시대가 부를 만한 곡으로 채워져 있는 앨범이다. 이정도면 눈에 띄는 비주얼 못지않게 그간 나온 아이돌의 장점만을 모아놨다는 소리를 들을 만도 하다.
누구랄 것도 없는 끼 많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노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철저하게 세분화된 개성으로 매력을 발산한다는 가짜 진중권의 인터뷰도 맞는 말이고 춤을 출 때 팔하고 다리의 각도가 1mm도 틀리지 않아서 멋있다는 신해철의 군무론도 일리가 있다. 더불어 저 나이는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참 좋은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건 너무 노인네 같은 소린가. 어쨌든, 밝고 활기차서 예쁘게 빛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는 단순한 진리, 그것 이상으로 소녀시대에 대한 애정을 표현할 방법은 없다. 뒤늦게 소녀시대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 아저씨는 소녀시대를 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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