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하나 건사하기에도 모자란 생활을 지속하다 보니 부모님과 얼굴을 마주대할 시간이 없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와는 잔정 없이 살았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데 여러모로 잘 통하고 살갑게 지내던 엄마와도 이야기할 기회가 좀처럼 나지 않는다. 남들 같았으면 결혼해서 애 하나 둘은 낳았을 나이에 아직도 나는 어머니 보다는 엄마가 더 좋다. 뭔지 모르게 엄마라는 말 속에는 부모와 자식으로 맺어져 살아온 수 십 년간의 세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감정이 담겨져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더 정겹고 애틋하다.
며칠 전에 문득 엄마의 얼굴을 보게 됐다. 무언가 물어보기 위해서 엄마를 쳐다보며 말을 하는데 한 눈에 엄마가 늙었다는 게 느껴진다. 염색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흰 머리칼과 건조한 얼굴에 파인 주름은 세월의 흔적이 완연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렇게 나이 들어 보이지는 않았는데... 그제야 오랫동안 엄마의 얼굴을 보지 않았단 걸 느꼈다. "에휴, 왜 이렇게 늙었어.. 속상하게..." 혼자 울컥한 마음에 그러고 있는데 스트레스 때문에 난 새치를 보시고는 "너도 나이 들었네..." 하며 이리저리 얼굴을 뜯어보신다. 짐작하기로는 너도 어쩌다가 이렇게 나이를 먹었니, 하는 마음이셨을 거다.
아직 어린 줄로만 알던 자식이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부모의 마음도 그럴 테지만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는 부모를 보는 자식의 마음도 말할 수 없이 짠하다. 하지만, 늘 부모의 등골을 빼 먹고 사느라 제 생각 밖에 못 하는 자식은 이럴 때만 반짝하고 만다. 제대로 얼굴 한 번 못 보는 자식에게 이것저것 챙겨주고 싶어 하는 마음을 짐작하지 못하고 퉁명스레 뿌리치고 만다. 잘 해드려야겠다는 마음만 들지 그걸 밖으로 꺼내지 못한다. 매번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후회를 반복한다. 그걸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것은 역시 내가 자식이라서 그런 걸 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