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마을버스 종점 옆 골목길에 구멍가게가 하나 있다. 한 눈에 봐도 낡고 오래됐다. 변변찮은 간판도 없다. 이곳이 구멍가게라는 것을 알려주는 파란색의 간이의자 몇 개와 아이스크림 냉장고, 비록 줄에 묶여 오도가도 못 하지만 전봇대 주위에서 어슬렁대는 강아지를 보니 어릴 적 생각이 나서 카메라를 꺼내들고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강아지에게 원하는 포즈를 취해달라는 주문을 하면서 구도 (?) 를 잡고 있는데 갑자기 주인아주머니가 밖으로 나오더니 "개가 말을 안 들어? 이리와라. 너 사진 찍어 준단다." 한다. 처음 보는 사람이 가게 주위를 서성이면서 카메라를 들이대면 뭐하는 짓이냐고 경계할 법도 할 텐데 직접 강아지의 머리와 발을 들어 포즈를 잡아준다.
생각지도 못한 호의가 불편하고 민망하기도 해서 쭈뼛거리다가 할 수 없이 몇 장을 더 찍었다. 멀리서 줌으로 찍다보니 죄다 흔들리고 초점이 안 맞았다. 더 붙들고 있어 달라고 하기도 뭣해서 겸연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도 없이 고개만 끄떡이고는 후딱 마을버스 종점 방향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렇게 도망치듯 걸어 나오면서 좀 씁쓸한 생각이 든다. 누구를 막론하고 일단 경계부터 하는 성격은 이래서 안 좋다. 상대방이 아무 대가없이 친근함을 표시하는데 살갑게 말이라도 건네면 좀 좋은가. 얼마간의 강요에 의해 얼굴을 마주 대하고 대화를 나눠야 하는 사이도 아닌데 말이다. 타인과의 적절한 거리감은 쓸데없이 엮여야 하는 일이 적어서 편하지만 호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서글프기도 하다. 세상 참 야박하다고 탓할 게 못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