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 Across the Universe, 2007> 는 비틀즈와 그들의 팬에게 바치는 화려한 종합선물세트처럼 보인다. 영화의 제목이나 등장인물들의 이름, 여러 대사와 설정은 비틀즈의 노래와 그에 관련된 것들에서 따왔다.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 앨범을 비롯해 여러 차례 비틀즈와 레넌, 매카트니의 솔로시절 노래를 리메이크 했던 조 카커가 영화 속에서 'Come Together' 를 부르며 등장하는 것도 전혀 뜬금없지는 않다. 무엇보다 서른 세 곡이라는 비틀즈의 노래를 차용한 것은 그 자체로 어떤 기대를 품게 할 만 하다.
영국에서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온 주드 (짐 스터져스) 는 맥스 (조 앤더슨) 를 만나게 되고 둘은 친구가 된다. 학교를 자퇴한 맥스와 함께 뉴욕으로 간 주드는 맥스의 동생 루시 (에반 레이첼 우드) 와도 사랑에 빠진다.
주드가 바닷가에서 'Girl' 을 부르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되어 각자 애인이 있는 주드와 루시가 사랑에 빠질 것임을 'If I fell' 로 들려주고,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현란한 이미지가 넘실대는 끝에 다시 만나게 된 연인이 'All You Need Is Love' 로 사랑을 확인하며,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가 흐르면서 올라오는 엔딩 크레딧은 이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비틀즈를 불러내고 싶어 했는지 확연하게 드러내는 부분이다. 비틀즈의 노래를 매개로 연애담을 만들어 내려는 시도가 썩 나쁘진 않아 보이지만, 이상하게도 성기고 매력이 없다.
60년대의 흔적을 담아내면서 더욱 휘황찬란해지는 이 연애 뮤지컬이 '필요한 건 사랑 뿐' 이라는 결말에 이르는 과정은 비틀즈의 노래에 끼워 맞추느라 들쭉날쭉 하는데다 편곡만 놓고 보면 왜 나왔는지 모를 거개의 리메이크와 무엇이 다른지 알 수가 없다. 어차피 비틀즈의 원곡을 그대로 갖다 쓰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일일 테고 필요에 의해 재창조된 노래가 원래의 아우라를 따라잡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그렇다고 이 심심하기 그지없는 결과물을 이해 할 만큼은 아니다. 연인이자 음악적 동지였던 조조와 결별한 세이디가 새로운 밴드와 공연을 하는 도중 저들의 음악에 영혼이 빠져 있다던 대사는 예사로이 들리지 않는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는 종합선물세트가 분명하되, 대신 일단 내고 보는 무성의한 리메이크 앨범처럼 별 감흥이 없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를 보고 나면 본래 비틀즈의 음악을 간절히 듣고 싶어진다. 그들이 출연했던 몇 편의 영화까지 생각난다. 역설적인 의미에서 비틀즈의 존재를 되새기게 하는 영화인 셈이다.
덧붙임
이 영화를 보려고 메가박스 코엑스로 가야만 했는데 뭔가 달라진 느낌을 받았다. 메가박스가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