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기상 시간은 오전 5시. 비서관들의 하루는 배달되어 온 조간신문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기자회견문을 작성하는 것에도 신중을 기하며 고치고 또 고친다. 국민의 마음을 잡는 데 실패했다던 비서실장의 고백, 나중에 백수회라도 하나 만들자던 대통령의 농담은 권력의 이동을 실감케 하는 텅 빈 브리핑 룸처럼 어딘지 을씨년스럽다. 미처 숨기지 못한 담배와 라이터를 서랍에 넣으면서 "딱 봤다. 이거 찍어놨죠. 그렇죠." 라고 묻는 대통령은 그가 쓰는 삼백 원짜리 초록색 라이터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제 MBC에서 방영된 <대한민국 대통령 - 청와대 사람들> 은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하루 종일 분주히 돌아가는 청와대의 구석구석을 비추며 청와대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그리고 지난 5년 동안 청와대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소회를 차분히 담아내고 있었다. 국내 최초로 방송되는 청와대와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 아무래도 때가 때인지라 떠나는 대통령과 주변인들의 뒷모습을 편하게 볼 수만은 없었다. 비록 청와대를 떠나는 사람들의 심정만큼은 아니겠지만 방송을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내게 노무현이라는 대통령은 참 애매했다. 지난 16대 대선 때 노무현이 최선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현실적인 대안은 노무현을 찍는 것 외에 없었고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들었을 때 기뻐했지만, 진심으로 그를 지지해서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구제불능의 한나라당 개차반들이 나라를 말아먹는 것보단 덜 하지 싶었다. 정치인 노무현을 지지하기에 그의 포지션은 다른 지점에서 명확하거나 종종 불분명했다. 그건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지난 5년 동안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이틀만 있으면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난다. 재임기간 내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모든 게 다 노무현 때문이야, 로 대변되는 지난 5년의 세월은 온갖 더러운 오물을 뒤집어 쓴 시대의 괴물에게 단단한 터를 마련해주었다. 새삼스레 노무현 정권에 대해 잘잘못을 가리고자 하는 건 아니다. 훗날 역사가 평가해 줄 것이라는 지지자들과 청와대의 말처럼 당장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성급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일부 언론의 악의적인 공격은 임기 이틀을 남겨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노무현 정권의 퇴장을 바라보는 심경은 착잡하다. 비록 전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이왕 잘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기에 안타까움 반 서운함 반이다. 그래도 떠나는 대통령에게 몇 마디 건네고 싶다. 그동안 애쓰셨고 마음고생 많았다고... 당분간은 바람대로 고향으로 내려가 편히 쉬시라고. 어쨌거나 당신은 '대한민국의 대통령' 이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