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인간극장> 을 보게 되었다. 매일 아침 테헤란로에서 천 원짜리 김밥을 파는 부부의 이야기. 그들의 일과는 새벽 2시부터다. 천 원짜리 김밥에 들어가는 재료는 일 곱 가지. 그걸 하나하나 준비하고 만드는 과정은 척 보기에도 보통 일이 아니다. 전날 준비해놓은 재료들을 꺼내고 밥솥 두 개에 쌀을 안치고 나면 본격적으로 김밥 이 백 개를 싸야한다. 새벽 내내 싼 김밥을 들고 남편은 출근하느라 아침을 먹지 못한 사람들에게 팔러 나선다. 출근 길 손님에게 힘내라고 손바닥을 마주치고 임신한 사람에겐 순산하라는 덕담을 건네는 남편은 늘 밝게 웃는 낯이다. 넉넉지 못한 살림. 돈 쓸데는 많은데 나올 구석이 없는 부부는 막내의 돌 반지를 팔기로 한다. 나중에 백배로 불려서 돌려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없는 살림에 쌍둥이와 갓 돌이 지난 막내를 키우느라 어렵고 힘들지만 밝고 긍정적으로 사는 부부를 보면서 진심으로 저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땅으로 돈을 버는' 것 보다 중요한 게 있는 법이다. "성실하고 싶고 정직하고 싶고 부지런하고 싶고, 바람도 불지만 햇살도 따뜻하잖아요.."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려 하는 사람들이 고생하고 노력한 대가도 얻을 수 없다면, 설사 그게 어쩌지 못하는 현실이라 해도 체념하고 말아버리기엔 너무 암담한 일이다. 아내가 부지런히 김밥을 싸는 와중에 남편은 손님들에게 나눠 줄 성경 구절을 프린트 한다. "게으른 자는 가난해지고 부지런한 자는 부하게 된다." 손님뿐 아니라 자신과 가족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란다. 성실히 노력하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 그들이 파는 것은 천 원짜리 김밥이지만 값으로 따질 수 없는 희망이기도 할 것이다.
쌍둥이가 눈썰매를 타러 집을 비운날 밤, 부부는 오랜만에 연애시절 데이트 장소였던 만남의 광장을 찾는다. 복잡한 서울을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 틈에서 "오늘은 부산, 내일은 강원도." 이렇게나마 행선지를 정하며 남들처럼 살고 싶은 꿈을 꾸던 그들은 지금도 마음껏 떠나지 못한다. 만남의 광장 주차장에서 둘은 손을 꼭 잡으며 이렇게 묻고 대답한다. "평생 이렇게 내 손을 잡아줄런가. 당신이?" "쭈글탱이가 되도 잡아줘야지." 저들에게는 '사랑' 보다 더한 무언가가 있을까. 아니면 '사랑' 이 힘들고 어려운 현실을 기꺼이 살아가게끔 하는 걸까. 아직 그것의 실체조차 알지 못하는 나는, 그들이 참말로 부러웠다. 부디 두 쌍둥이, 막내와 함께 행복하게 잘 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