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 길들이기 - I Love You to Death, 1990

 

   (보디히트를 연출하고 스타워즈와 인디아나 존스의 각본을 쓴) 로렌스 캐스단의 <바람둥이 길들이기 - I Love You to Death, 1990> 는 여러모로 특이한 코미디다. '이 영화는 실화입니다.' 라는 자막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우다 다섯 번의 총탄을 맞고 살아남은 남자의 실제 이야기도 황당한 일이고 그걸 모티브로 삼은 영화도 한 마디로 난센스하다.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조이 (케빈 클라인) 는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일할 만큼 성실한 사람이다. 모든 손님에게 친근하고 다정다감하게 대하고 아이와 아내를 지극 정성으로 사랑한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조이. 그러나 알고 보면 천하의 바람둥이다. 영화의 첫 장면,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하는 조이는 지난 몇 주 동안 몇 명의 여자와 관계를 맺었노라고 고백한다. 처음 보는 여자에게 당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겠다는 느끼한 멘트도 서슴지 않고 날리는 조이는, 너무 많은 여자와 관계를 맺어서 고해성사를 듣는 신부님도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남편이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던 아내 로잘리 (트레이시 울만) 는 어느 날 남들이 다 아는 사실을 뒤늦게 목격한다. 로잘리는 조이를 믿었던 만큼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는다. 조이가 바람을 피우면 '나도 죽고 그도 죽여 버리겠어' 라고 농담처럼 말하던 로잘리는 실제로 행동에 옮긴다. 로잘리와 그녀의 엄마 (조안 플로라이트) 는 몇 가지의 방법을 써 조이를 죽이려고 하지만 실패한다. 로잘리는 마지막 방법으로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한다.


   비슷한 소재의 영화 <탱고> 에서 아내가 바람을 피우자 비행기 조종사인 남편이 안전벨트 없는 비행기에 아내를 태우고 거꾸로 날아 버리거나 <작은 악마> 에서 남편의 외도를 안 아내가 헤어스프레이를 전자레인지에 넣어 작동시키는 등의 방법을 사용했다면, 로잘리는 갖은 양념과 수면제를 넣어 만든 스파게티를 먹이고 잠이 들게 한 다음 총으로 쏴 죽이는 방법을 택한다.


   영화가 본격적으로 난센스 코미디로 치닫는 것은 피자 가게의 점원이자 로잘리를 완벽한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디보 (리버 피닉스) 가 모녀의 살인 모의에 동참하고 약물중독에 빠진 하랜 (윌리암 허트) 과 말론 (키아누 리브스) 형제를 데려오면서부터다. 이 얼빠진 형제가 등장하면서 일은 꼬이고 캐릭터들의 행동은 더욱 우스꽝스러워진다. 생전 사람이라고는 죽여본 적이 없는 다섯 명의 가담자들이 우왕좌왕 하는 것은 뻔한 일이다. 로잘리의 엄마는 총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음악을 크게 틀라는 하랜의 말에 온 집안을 어지럽히면서 맘에 드는 음반을 찾아야 한다고 고집을 피우고 시간이 없으니 마돈나라도 틀라는 핀잔에 취향이 아니라고 단호히 거부한다. 심장이 어느 쪽에 있는지도 모르는 살인자는 국기에 대한 맹세를 떠 올리며 심장의 위치를 찾고 '레지 잭슨' 의 야구 방망이를 발견하고는 '레지, 레지' 를 연호하며 열광한다. 주위 사람들이 '저들이 레게음악을 원하는 모양' 이라고 받아치는 사이 하랜은 기다리다 못해 총을 쏴 버린다. 이쯤 되면 우리 잡아가세요, 라고 광고하고 살인을 하는 셈인데, 심지어 얼간이 형제들은 살인 장소에 택시를 타고 오는 담대함도 모자라 조이를 죽인다고 동네방네 떠든 전력이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살인 현장은 그래서 발각된다.


   조이는 머리와 가슴에 총을 맞고도 좀비처럼 비척거리며 집 안을 돌아다닌다. 로잘리가 두 통의 수면제를 넣어 만든 스파게티의 토마토소스 때문이다. 다량의 수면제 성분 때문에 흘러내리는 피가 멎었다나 뭐라나. 그 일로 인해 조이는 각성을 하게 된다. 세상에 나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는 여자가 다 있다니, 이렇게 감격스러울 데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바람둥이 길들이기> 는 돈만 아는 냉혹한 변호사가 머리에 총을 맞은 이후 무엇이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는 <헨리의 이야기> 의 바람둥이판인 셈이다. <헨리의 이야기> 를 본 미국의 어느 평론가가 '머리에 총 한번 맞았다고 새 사람이 된다면 지금이라도 우리 모두 문밖으로 나가서 머리에 총이라도 맞자' 고 했다지만, <바람둥이 길들이기> 는 인생의 교훈을 심각하게 설파하는 영화가 아니며 로잘리의 엄마가 즐겨보는 옐로우 페이퍼에 실릴법한 말도 안 되는 실화를 가져와 철저히 그에 맞는 방식으로 일관한다. 너무 사랑해서 죽이고 싶다는 아내의 좌충우돌 살인기나, 두 방의 총을 맞고는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고 기뻐하는 남편을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 우스꽝스런 치정극의 재미는 이해 못할 상황과 그 속에서 우왕좌왕하는 캐릭터의 묘사에 있다. 아, 그래도 역시 사랑은 위대한 거 아니겠냐고? 글쎄, 믿거나 말거나다.

by 도로시 | 2008/03/03 14:07 | f i l m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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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MC at 2008/03/03 16:33
아아~
리버피닉스.............T.T
Commented by 김응일 at 2008/03/03 23:33
정말 재미있게 봤던 영화였습니다. 극 중 클럽에서 케빈 클라인이 꼬시던 여자 피비 케이츠의 깜짝 출연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Commented by 마르스 at 2008/03/04 21:24
리버 피닉스 때문에 봤던 영화인데, 아 정말 리버 피닉스 T.T
Commented by 도로시 at 2008/03/05 12:53
김응일//
당신의 남자 친구이길 평생 바라면서 살께요..
뭐 이딴 느끼한 대사를 했더랬죠.. 후후.. 웃기더라구요..;;;
전, 피비 케이츠보다는 헤더 그레이엄이 단역으로 출연한 게 더 반가웠어요...^^;;

AMC, 마르스//
저 역시도...아, 리버피닉스.......T.T
Commented by woody79 at 2008/03/23 15:41
지금 로랜스 케스단은 뭐하고 있을까요?

리버 피닉스에 한참 미쳐있을때 비디오 가게를 뒤져 찾아냈더랬죠.

그때가 아마 중학생이었을까요?ㅎ
Commented by 도로시 at 2008/03/24 18:52
한 때 이 영화가 컬트 영화의 대명사쯤으로 불려졌던걸로 기억해요. 이 영화를 다시 보고는 요즘 로렌스 캐스단은 뭐하나 싶어 찾아봤더니 거의 10년째 하는 일이 없더라구요.
Commented by woody79 at 2008/03/24 21:12
그럴줄 알았어요. 한때 스필버그랑도 같이 일하고 굉장히 잘 나가는 인물이었는데 말입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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