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텍사스의 벌판에서 사냥을 하던 은퇴한 용접공 르웰린 모스 (조쉬 브롤린) 는 우연히 2백만 달러가 든 돈 가방을 손에 쥔다. 피로 범벅이 된 시체가 즐비한 아비규환에서도 모스는 베트남전에 참전한 퇴역군인답게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에 이런 횡재가 어디 있냐고 좋아만 하기엔 그 금액이 너무 크다. 어딘가에 분명 돈 가방의 주인이 있을 것이고 모스가 아내 (켈리 맥도널드) 에게 했던 말처럼 '2백만 달러라는 거액을 쉽사리 포기' 하기란 양쪽 모두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No Country for Old Men, 2007> 는 돈 가방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추격전으로 시작한다. 멕시코의 마약 상으로부터 돈 가방의 회수를 의뢰받은 안톤 쉬거 (하비에르 바르뎀) 는 돈 가방을 들고 튄 모스를 쫓고 보안관 에드 톰 벨 (토미 리 존스) 은 쉬거와 모스 모두를 쫓는다. 그 와중에 무고한 사람 (과 동물) 은 부지기수로 죽어나가고 모골이 송연해지는 분위기는 압도적이라 할 만하다. 새벽녘의 어스름한 푸른빛을 가르는 추격의 이미지는 짧지만, 상당히 근사하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를 거칠고 잔혹한 범죄 물로만 한정하는 것은 여러모로 어려운 일이겠지만,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하면서도 스크린을 응시하는 것이 두려울 만큼 한기가 느껴진다. 연쇄 살인자 쉬거를 연기하는 하비에르 바르뎀은 존재만으로도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그가 소지한 산소총은 여러 면에서 훌륭한 '필수소도구' 다. 심지어 쉬거가 가게 주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먹다버린 땅콩 (비스 무리한 걸 먹던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의 비닐 포장이 구겨졌다 펴지며 테이블을 긁는 작은 움직임과 소리조차 그렇다.
행여 모스가 돈 가방을 챙기지 않았거나, 물을 달라던 멕시코인을 떠 올리며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았더라면 이 피비린내 나는 잔혹한 살인극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모스가 멕시코의 갱에게 살해당한 지역의 늙은 보안관은 점점 세상이 통제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고, 20년 전엔 이런 세상이 오리라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탄하지만, 1958년도에 만들어진 동전이 22년이 지난 후에 텍사스 시골구석에 흘러 들어와 누군가의 모든 것을 위협하듯이, 아이들이 기꺼이 받은 '피 묻은 욕망' 은 어떻게든 돌고 돌 것이다.
아무 감정 없이 살인을 일삼는 쉬거를 여기까지 이끌어 온 모순된 게임은 더 이상 좋아지거나, 나빠질 수조차 없다. 코엔 형제가 팽팽하게 당겨놓는 날쌘 공기는 소름이 돋으면서도 거부하기 힘든 구석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