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4월 07일
안녕, 용문객잔 - 不見不散, 2003

<안녕, 용문객잔> 은 내일이면 문을 닫을 복화극장의 마지막 상영에 관한 이야기이다. 마지막 상영작은 호금전 감독의 <용문객잔 - 龍門客棧, 1968> 이며, 몇 안 되는 관객 중에는 마오티엔이 있다. 차이밍량 영화에서 늘 아버지로 출연하는 그의 데뷔작이 바로 <용문객잔> 이다. 그리고, 이 날은 다리를 저는 극장의 매표원 (첸상치) 과 젊은 영사기사 (이강생) 가 만날 수 있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모든 일은 <용문객잔> 이 상영되는 두 시간동안 벌어진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영화소개를 일부 수정해서 옮겨놓긴 했지만 차이밍량의 <안녕, 용문객잔 - 不見不散, 2003> 은 쉽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복화극장이 내일이면 문을 닫게 되는지, 영화를 보던 중년의 남자가 왜 눈물을 흘렸는지, 매표원과 영사기사 사이에 애틋한 감정이 있는지는 거의 마지막이 되어서야 확인할 수 있다. 차이밍량 영화답게 대사와 음악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극장 안에서 상영되는 용문객잔의 대사와 효과음, 발자국과 빗소리 같은 주변 소음만이 복화극장의 적막함을 채운다.
이처럼 <안녕, 용문객잔> 은 관객에게 어떤 정보도 주지 않는다. 좀체 입을 떼지 않으면서 극장 안과 바깥의 움직임을 긴 호흡으로 담아낸다. 몇 몇의 관객은 텅 빈 객석을 놔두고 지근거리에 모여 은밀한 시선을 주고받으며 자리를 옮긴다. 매표원은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영사실과 스크린 뒤를 오고 간다. 고정되어 있는 카메라는 그들이 왔다가 멀어지고 기다리다 엇갈리는 순간을 끈질기게 바라본다. 멀리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는 공명하다. 그래서 <안녕, 용문객잔> 은 기다림에 관한 영화처럼 보인다.
"이 극장에는 유령이 살고 있어요. 여기가 귀신들린 곳이라는 거 아십니까." 이 대사는 정확히 영화가 시작하고 44분 4초가 되서야 나온다. 길고 긴 침묵속의 첫 마디는 의미심장하다. 늘 사람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곳이지만 발 길이 끊긴 극장에서 누군가를 훔쳐보는 게이 청년의 기다림은 대상이 없으며 매표원은 끝내 영사기사와 엇갈린다. 어쩌면 시대의 흐름에 뒤쳐진 공간과 그 곳을 떠도는 사람들은 그 자체로 현실의 유령일지도 모른다. 응답할 수 없는 기다림, 더 이상 존재하지 못하는 것의 끝은 조용한 사라짐뿐이다. '이제 누구도 우릴 기억하지 못한다.' 는 영화 속 배우들의 눈물과 긴 담배연기가 겹치는 복화극장의 마지막은 쓸쓸하다.
영화는 마지막 상영이 끝나고 관객이 사라진 극장 안을 5분여의 롱테이크로 지켜본다. 묘하게도 카메라의 위치는 영사기와 객석이 전면으로 보이는 스크린이다. 다시 영사기의 불을 밝히지 못할 이곳에서 과거에는 수많은 사람이 울고 웃으며 잊지 못할 추억과 꿈을 가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 속 영화, 현실과 환상이 겹친 <안녕, 용문객잔> 은 영화와 극장에 대한 차이밍량의 추억이자 사라지는 것들을 향한 서글픈 '작별' 이다.
# by | 2008/04/07 10:25 | f i l m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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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안녕, 용문객잔 (Goodbye Dragon-Inn..
차이밍량이라고 하면 무엇보다 "애정만세"(1994)에서의 길고 긴 마지막 롱테이크다. 여주인공이 부동산 중개인이었다는 것 외에는 이제 기억에 남아있는 장면조차 거의 없으니, 양귀매가 공원에 앉아 울음을 터뜨리고 좀 멈추는 듯 하다가 다시 또 울고... 그렇게 계속 울다가 갑자기 툭 끊어지듯 끝났다는 것 하나만 겨우 남았다. 더군다나 코아아트홀에서 처음 봤던 이후로 차이밍량의 영화는 더이상 볼 기회가 없었으니까 그야말로 차이밍량은 '양귀매의 길고......more
영화를 보는 도중에 문득 한 가지가 생각나더라구요. 새벽에 어린 시절 자주 찾던 극장에 대한 꿈을 꿨구나... 아마 그 날은 안녕, 용문객잔을 볼 운명이었던 거 같아요..하하..(딴소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