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4월 09일
총선 날 잡담
1. 모처럼만에 느긋한 마음으로 하루 종일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다행히도 불면 증세는 줄어든 거 같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 온 바람 때문인지 코가 맹맹해져서 일어나 보니 3시 30분. 얼른 세수하고 머리칼을 질끈 동여매고 투표를 하러 갔다. 투표소는 걸어서 1분 거리. 입구에서 '즐겁게 투표해 신나는 코리아~' 가 흘러나온다. 신나는 코리아는커녕 염병할 코리아가 되어가는 꼴이 싫어 투표를 하는 거지. 언제부터인가 선거 때 마다 듣게 되는 사상 최저의 투표율. 잠깐 본 뉴스에서 이번 총선이 사상 최저의 투표율을 갱신할 거라고 하더니 그래서인지 이 곳 투표장에도 사람이 없다. 선거인 명부를 확인하고 서명을 하려는데 익숙한 이름들 옆이 허전하다. 부모님이 아직까지 투표를 하지 않았다. 아, 이건 충격이다. 늘 선거 날 아침이면 댓바람부터 투표하러 가셨던 분들이, 평생 한 당에만 힘을 모아주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셨던 분들이 늦은 오후가 되도록 투표를 하지 않은 건 처음 본다.
2. 투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엄마가 혼자서 화투를 치고 계신다. 오랜만에 엄마와 얘기라도 하고 싶어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았다. 근데 화투를 배워둘걸 그랬다. 비슷하게 생긴 그림을 먹어야 하는 것만 알지 먹은 패를 어떻게 놓아야 하는지, 점수 계산은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걸 엄마가 대신 해야 하니 둘이 치는 거지만 혼자 치는 거나 마찬가지다. 차라리 혼자 치는 게 편하다고, 귀찮으니 저리 가라고 하시지만 이런 것도 다 훈훈한 가족의 정 아니겠는가 (생각하고 싶다). 그렇게 몇 판을 하고 있는데 묻지도 않은 말을 줄줄 늘어놓으신다. "나 투표 안 했다. 한나라당이 되어야 이명박이 잘 된다고 하는데 그래봐야 뭐가 좋아질까 싶어서. 다른 당 사람들은 잘 모르겠고." 새로운 대통령을 뽑은 넉 달 동안 꽤 많은 일이 벌어지긴 한 모양이다. 오랫동안 꼬박꼬박 당비를 낸 골수 지지자마저 시큰둥하게 만들 정도였던 걸 보면.
정말 어쩌지 못하는 사정이 아니라면 투표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없지만, 한 편으론 막연한 희망조차 걸 수 없는 당으로 갈 표가 하나라도 줄어서 다행이다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기도 하다.
3. 이번 선거결과. 모두 부자만 되길 바라는 국민의 승리. 다들 부자되세요.
# by | 2008/04/09 19:42 | 이 것 저 것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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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에 대항해 자신의 이익을 실현시켜 줄 세력이 없다는 것도 이유일테고 노무현의 실패도 영향이 있겠고.. 그렇다 해도 이런 식의 결과는 난감하긴 해요..
applevirus//
그 눈물의 의미는.. 저와 비슷한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