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느긋하게 늦잠을 잤다. 어제 하루종일 비가 온 때문인지 잠결에도 상큼함이 느껴지는 아침이었다. 막 일어날까 말까를 고민하던 차에 걸려 온 전화 한 통. "너 뭐야. 왜 아직까지 출근 안 해." 다짜고짜 시비거는 말투에 이 인간 공휴일 아침부터 뭐야 싶었다. "네? 오늘 노는 날이잖아요." 전화기 너머로 느껴지는 잠깐의 긴 침묵. 그리고 가슴을 내려앉게 하는 한 마디. "그래서 집이냐? 올 해부터 제헌절 공휴일 아닌거 몰라?" 아, 맞다. 이런 정신머리하고는... 어제 저녁만 해도 제헌절은 출근해야 하는 평일이란 걸 알고 있었는데 뭔가에 홀린 듯 밤부터 내일은 휴일이지 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탱자탱자 놀다가 어울리지도 않게 휴대폰 알람을 꺼주시는 부지런을 떨기도 했는데... 부랴부랴 씻지도 못하고 옷만 대충 걸치고 후다닥.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데 주위 사람들이 죄다 나만 쳐다보는 것 같다. 바보, 멍청이.
어제는 후덥지근하지 않아서 좋았는데 날이 바뀌고 나니 더워졌다. 아침부터 단거리 육상선수처럼 눈썹이 휘날리도록 뛰어서 더 덥게 느껴지는 건지도. 온 몸을 싸고 도는 이 눅눅한 공기를 빨래집게에 널어 뽀송뽀송하게 말렸으면 좋겠다. 더불어 25년전에 가출했다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내 정신 머리도 함께... 휴, 아침부터 한바탕 난리를 치루고 나니 정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