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도에 물품을 전달하러 가다 조난당한 일일쇼핑 구매부 직원의 무인도 표류기는 10회가 가까워 오는데도 지지부진하다. 이야기도 그렇고 캐릭터도 그렇다. <로스트> 를 패러디 하겠다는 야심도 마찬가지다. 딱 하나. 초반에 그들을 데려다 준 선장 이외수에 얽힌 비밀은 박장대소 할 만 했고 그들이 무인도에서 풍족한 생활을 하게 되는 그럴싸한 이유이기도 했지만, 이후론 쭉 그냥 그렇다. 반응도 미적지근하다. 평균 시청률이 8% 대에서 고만고만한 모양이다. 6회가 넘어서부터 뭔가 하나 둘 전개되는 분위기이긴 하다. 무인도에서 삼각 편대로 나뉘어 연애질 (이렇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랑이 꽃피는 나라도 드물다) 만하는 이야기 속에서 왜 시트콤의 제목이 '크크섬의 비밀' 인지, 그들이 어떻게 실종되었으며 구조되지 못하는지에 대한 비밀들이 서서히 나온다.
<크크섬의 비밀> 의 몇몇 설정은 같은 피디와 작가가 만든 <거침없이 하이킥> 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 음모의 배후로 지목되는 일일쇼핑 사장 박해출 (안석환) 이 박해미의 친오빠라는 것이다. 자신들의 전작을 가볍게 비트는 흥미로운 크로스 오버인 셈이다. 그런데 좀 더 아귀가 맞았으면 좋았으련만 그냥 설정을 위한 설정에 가깝다. 준하의 괴물 같은 술버릇을 고치기 위해 해미가 친정에 머물게 되는 <거침없이 하이킥> 의 한 에피소드에서 박해출은 존재하지도 않고 이후로도 특별히 언급된 적이 없다. 어쨌든, 그런 연유로 첫 회에 해미의 아들 윤호 (정일우) 가 특별출연해 김시후를 낙하산으로 앉힌다. 김시후는 난파사건의 작은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또. <거침없이 하이킥> 에서 신지를 좋아하던 기억상실증의 이형사는 덕적도 파출소로 발령받아 실종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앞으로의 전개 여부에 따라 충분히 흥미로워질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영문도 모른 채 무인도에 감금된 일일쇼핑 직원들의 소동과 반격도 시작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뭐랄까. 전체적으로 무미하다. 무인도라는 한정된 공간, 엄격한 위계질서에서 벌어지는 찌질한 인간들의 티격태격은 성의 없게 반복되는 감이 있고, 얼마 되지도 않은 인물들끼리 얽히는 삼각, 사각의 러브라인은 채 캐릭터에 익숙해지기도 전이라 어수선하기만 하다. 앙숙이었던 낙하산 테리우스 (신과장) 와 도찐개찐 람세스 (김과장) 가 관능적인 로맨스 (?!) 를 벌이는 시트콤스런 판타지까지도 이거다 하는 임팩트가 없다. 무엇보다 <크크섬의 비밀> 이 짧은 시간 안에 인상을 남기지 못하면 다음 시즌을 보장받기 어려운 파일럿의 성격이라 남은 30회는 많지가 않아 보인다. 또 하나 개인적인 아쉬움이라면 러시 앤 캐시 광고에 나온 채민영의 비중이 거의 없다는 거. 제작진도 광고 속의 이미지를 보고 캐스팅을 했을 터, 좀 더 엉뚱 발랄 소녀를 많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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