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07 14:38

케로로 vs 케로로 천공대결전, 2008 f i l m



               

   <개구리중사 케로로> 의 세 번째 극장판인 <케로로 더 무비 - 케로로 vs 케로로 천공대결전, 2008> 은 TV 시리즈가 그러하듯, 절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와 개그가 절묘하게 엮여서 웃음을 준다. 다양하게 가지를 튼 패러디는 보너스 이상이다. 늘 실수투성이의 케로로는 이번에도 큰 사고를 친다. 지구 정복을 위해 마츄픽추로 사전 답사를 가서는 잠자던 다크 케로로를 깨운 것이다. 그 뒤로는 지구 정복을 노리는 다크 케로로 일당과 지구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진짜 케로로 소대들의 예상 가능한 우당탕탕 소동이다. 


   <케로로 vs 케로로 천공대결> 은 전편에서 끈적끈적한 우정을 나눴던 후유키 (우주) 와 케로로의 관계, 즉 정서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나머지 캐릭터들은 비중이 약하다. 지구최종병기 나츠미 (한별) 의 활약도, 우주 최강 타마마의 진상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대신 그 자리를 복제된 다크 케로로가 채운다. 타마마와 모아가 케로로를 사이에 두고 엇갈리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과 비슷하게 다크 케로로는 후유키와 케로로의 관계를 보고 '어째서 저들은 목숨을 걸고 서로를 지키려고 하는 것일까' 라는 심각한 의문을 가진다.


   잠에서 깨어난 다크 케로로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무기로 단 번에 지구를 정복한다. 매사 멍청하고 실수투성이인 케로로를 그대로 복제한 것과는 달리 단 2분 만에 임무를 완수할 정도로 능력도 있고 건프라를 거들떠보지도 않을 만큼 인정사정도 없다. 천하에 둘도 없는 악당인 셈인데 독재자의 전형을 보여주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다크 케로로는 매사에 일방적으로 명령을 내리고 따르기를 원한다. 어떤 식으로든 폭력을 사용해 굴복시키려 한다. 자신의 지위와 힘으로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게 자신의 부하와 대다수의 지구인에게 먹힐지언정 케로로와 후유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케로로 (소대) 와 후유키 (의 가족) 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유대감으로 단단하게 결집되어 있는 관계다. 그들이 함께한 시간이 얼마고 또 얼마나 많은 사건을 같이 겪었던가. 아무리 바보 개구리라고 구박을 해도 안 보이면 궁금하고 위기에 처하면 목숨을 걸고 구해주는 게 그들의 정서다. 그걸 홍콩영화에서는 '의리 (신의)' 라고 부르고 우리는 '정' 이라고 한다. 그 의리와 정이라는 감정, 정말로 무서운 것이다. 쉽게 내칠 수도 없고 웬만해서는 잘 끊어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아무리 보이지 않는 팔찌를 채워놓는다 한들 그들은 한 마음으로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건프라가 아주 중요한 연결 고리를 한다).


   지구 정복을 위해 주입식 교육 (?) 을 받은 침략 기계 다크 케로로가 그런 감정 따위 알 길이 없다. 그들의 관계를 다크 케로로는 완전하게 오해한다. 후유키를 곁에 두기만 하면 자신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한 가지 교훈. 인성을 생각하지 않는 주입식 교육은 그래서 안 좋은 거다. 한 가지 목표를 위해 과감하게 전진할지는 몰라도 다른 것에는 무능력한 바보다.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전혀 모른다. 다크 케로로는 케로로 무리들을 제압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는 엄청난 상실감에 빠지는데 거의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장면은 압도적이다.


   약간의 농담과 비약을 덧붙이자면, <케로로 vs 케로로 천공대결> 은 주입식 교육이라는 시스템에서 키워진 개구리의 비극과 개과천선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이다. 감정이 결여된 다크 케로로 일당들이 자멸을 거듭하다 착한 마음을 회복하는 과정은 가족 애니메이션의 결말로 당연하지만 동시에 찝찝한 일이기도 하다. 당장 케로로를 현실에 대입시켜 보면 다크 케로로 같은 사람들이 이 사회에 너무 많다. 주변을 둘러봐도 그렇지 않은가. 악당도 개과천선하게 만드는 비차별과 애정은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가슴을 비우고 머리만 채우는 시스템은 더욱 공고해져 가는 게 현실이다. 과연 스크린 밖에서는 누가 이들의 폭주를 막고 따뜻하게 보듬어 수 있을까.


   물론, <케로로 vs 케로로 천공대결> 은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일부러 하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다. 성우 양정화의 목소리 연기도 오리지널을 능가한다.


덧글

  • 마에노 2008/08/07 15:45 # 답글

    케로로의 사람 옆모습은 언제봐도 좀 이상해요.;;
  • 도로시 2008/08/07 16:15 #

    케로로의 사람 옆 모습이요..? 어디가 이상해요...? 전 잘;;;
  • AMC 2008/08/07 20:51 # 삭제 답글

    재밌네요. 티비판에서도 은근히 새겨볼만한 것들이 많죠.이 녀석 케로로는 아이들이 봐도 재밌고 어른이 봐도 재미있는거 같습니다(..)
  • 도로시 2008/08/08 02:41 #

    이제까지 케로로가 몇 회까지 나왔나요. 한동안 못봤어요...
  • 카우프만 2008/08/08 00:52 # 답글

    헐 해석이 쩌네요.
    무엇을 보더라도 아는 만큼 보이는거같아요
  • 도로시 2008/08/08 02:48 #

    해석이 '쩌는 게' 아니라 비약이 '쩌는 거' 아닐까요..
  • 배트맨 2008/08/08 07:08 # 답글

    제 주변 분들중 이 영화를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깜짝 놀랐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을 포함하여 이 만화 캐릭터를 접해본 적이 없거든요. 분명히 저의 세대는 아닌 캐릭터인 것 같은데.. -_-a

    어떤 분께서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인데 건프라 조립에만 관심이 있는 캐릭터라고 댓글로 알려주셔서, 크게 웃음을 터뜨렸는데 정말로 그런가보군요? 포스트 초반을 읽어나가다가 막 웃었습니다. 저도 이 캐릭터에 대해서 애정이 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드네요.

    제 조카 때문에 얼마전에 알게 되었어요. '도라에몽'과 더불어 최강의 황금 투톱으로 인정받나 보더군요. 요즘 아이들에게도 인기 최고래요. ^^
  • 도로시 2008/08/08 11:57 #

    애니메이션에 별 관심 없는 저도 알고 좋아할정도면 꽤 유명한거 아닐까요...;;
    아마 케로로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진지 얼마 안되었을걸요. 한 5~6년정도...?
    이번 극장판에서도 건프라가 케로로와 다른 캐릭터들에게도 얼마나 중요한지 나와요...^^;;;
  • 2009/03/19 18:34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sanghee098 2010/06/12 14:42 # 삭제 답글

    저 이거 투니판으로 봤었는데 역시 케로로랑 우주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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