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브로데릭이 가제트 형사로 나온 영화판 <형사 가제트> 를 보면서 가장 불만스러웠던 점이 번역이었다. 아마 번역자가 조상구와 함께 (나쁜 의미에서) 쌍벽을 이루던 이미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단 한 번도 TV판을 보지 않았던지 <컴퓨터 형사 가제트> 만의 매력을 멋대가리 없이 번역해 놨다. 그러니까 가제트 형사가 각종 무기 (라고 하기엔 그냥 공구 같았지만) 들을 꺼낼 때 외치는 '나와라 가제트 만능 팔, 나와라 가제트 만능 헬리콥터' 따위를 '고고 가제트' 라는 원래의 대사로 직역해놓은 것이다. 의역을 넘어 자기 멋대로 창작하는 것이 번역자의 특권이라도 되는 양 행세하던 사람이 어머나, 웬일. 영화 자체도 재앙에 가까운 수준이었지만, 나와라~ 가제트라는 친숙한 주문 대신 고고 가제트라는 오리지널 대사는 어쩐지 빨지 않은 남의 속옷을 입은 거만 같았다. 성우 배한성의 목소리로 가제트 형사를 보고 자란 나에겐 그것만으로도 반 이상은 재미가 떨어지는 일이다.
뒤늦게 <돌아온 형사 가제트> 를 보고 있다. 예전에 MBC에서 해주던 <컴퓨터 형사 가제트> 가 아니고 2002년도에 다시 만들어진 버전이다. 늘 실수투성이의 가제트 형사, 그의 또랑또랑한 조카 페니, 언제나 '두고 보자 가제트' 를 외치며 팔만 등장하는 악당 클로 박사, 그런 박사의 곁에서 봉변을 당하는 고양이, 클로 박사의 부하들이 사리분별 못하는 가제트를 유인해 소동을 일으킨다는 기본적인 배역과 이야기는 거의 이전과 같다. 가제트 형사를 연기하는 배한성의 목소리도 반갑다. 시간이 흐른 만큼 약간이나마 달라진 부분이 있는데 그림체에 맞게 페니의 외모와 패션이 변했고 가제트에게 임무를 전달하던 큄비서장 대신 새 캐릭터가 나와 마찬가지로 맥없이 당한다. 그런데, 어딘가 많이 허전하다. 중요한 배역 하나가 빠졌다. 바로 페니와 함께 살던 개 브레인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가제트의 미니미들인 가제티니 두 명이 나온다. 출연료나 스케줄 문제가 걸린 것도 아닐 텐데 왜 브레인은 빠지게 된 걸까. 아마도 개의 수명이 사람보다 짧기 때문에? 페니도 중학생 같아 보이는 외모는 여전하니 그런 거 같진 않다. 브레인이 빠진 이유가 있는 데 그게 참 납득하기 어렵다. 가제트의 괴롭힘을 참지 못해 브레인이 요양을 갔다는 설정이다.
애니메이션에 나온 가장 똑똑하고 사랑스런 개 두 마리를 고르라면 그로밋과 브레인이 아닐까. <컴퓨터 형사 가제트> 의 진정한 재미는 늘 자기가 뭘 하는지 모르고 덤언더머스런 사고를 치는 가제트형사와 그 뒤에서 뒤치다꺼리 해주느라 등골 빠지는 페니와 브레인 (은 변장술의 귀재이기도 하다) 의 고생담, 끝까지 가제트와 주변 사람들은 그걸 모른다는 설정이었는데 <돌아온 형사 가제트> 는 그런 재미가 거의 없다. 페니 혼자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브레인의 역할을 가제티니가 대신하기에도 별 매력 없는 (가제트 닮은) 멍청이일 뿐이다. 당연하다. 페니가 책처럼 생긴 커다란 컴퓨터를 들고 다니며 머리를 쓰면 브레인이 현장에서 머리와 몸을 함께 이용하는 양수겸장이 있었기에 가제트의 폭주를 막기 위한 소동이 재미있었던 것이다. 브레인 없는 <돌아온 형사 가제트> 는 생뚱맞은 고고 가제트만큼이나 맥이 빠진다. 끝까지 얼굴이 나오지 않는 클로 박사의 캐릭터처럼 브레인도 형사 가제트에서 고수했어야 할 원칙 같은 게 아니었을까. 그리고 <돌아온 형사 가제트> 에는 모든 소동이 끝나고 가제트 형사가 교훈 한 가지를 전해주는 짧은 에필로그도 없다.
자세한 속사정이야 알 길은 없지만, 왜 가제트는 브레인을 그토록 괴롭혀서 떠나게 만들어야 했을까. 무능하고 눈치까지 없는데다 성격파탄자 같은 나쁜 가제트 같으니라고. 그럴 거면 차라리 돌아오질 말던가. 페니와 브레인이 저 멀리서 달려오며 끌어안는 <돌아온 형사 가제트> 의 엔딩 크레딧은 차라리 눈물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