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 오브 솔러스 - Quantum Of Solace, 2008 > 는 <카지노 로얄> 로부터 이어진다. 시작부터 시끌벅적하다. 예의 그 비싼 차량들이 좁은 도로 이곳저곳을 분주히 움직이며 기기묘묘한 모양으로 충돌하고 회전하다 추락한다. 제임스 본드 (다니얼 크레이그) 가 해안가의 도로와 도심, 광산을 오고 가며 수 십대의 차량을 걸레짝으로 만드는 이유는 베스퍼의 죽음과 관련 있는 미스터 화이트 (제스퍼 크리스텐슨) 를 데려오기 위해서다. M (주디 덴치) 과 함께 그를 심문하던 제임스 본드는 더 큰 조직이 숨어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이후로 공적인 임무와 사적인 감정이 혼재된 제임스 본드의 활극이 시작된다.
<퀀텀 오브 솔러스> 는 연작인 <카지노 로얄> 보다 눈에 띄게 액션이 늘었고 상영시간은 줄었다. 시간이 줄어서 액션이 도드라 보이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다르게 말하면 우리 사이에 굳이 구구절절한 통성명을 늘어놓기보다 액션 만큼은 확실하게 다 보여준다는 얘기다. 실제로도 그렇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아이티, 볼리비아, 러시아로 이어지는 다양한 로케만큼이나 액션의 가짓수와 양도 비례한다. 무표정한 얼굴로 적들을 해치우는 본드의 숙련된 직업의식은 생활의 달인의 출연을 보장받을 정도로 신속하다. 그런데, 무작정 빠르게 보여주기만 한다고 액션의 질 (쾌감) 이 담보되는 것일까.
아쉽게도 <퀀텀 오브 솔러스> 는 그냥 빠르기만 하다. 자동차와 자동차, 비행기와 비행기, 보트와 보트, 주먹과 주먹이 엇갈리다 충돌하는 순간들은 잘게 이어 붙인 화면 마냥 리듬이 딱딱 끊어진다. 그래서 막대한 자본과 테크닉이 투여된 화면은 시종일관 눈이 빙빙 돌아가지만, 동시에 금새 피로해진다. 스크린 속에서는 요즘 보기 드문 순정파 제임스 본드의 눈이 이글이글 타올라 (영화의 후반부가 불바다로 마무리 되는 건 우연이 아닌 셈인가) 남김없이 부수고 죽이는데, 그러던지 말든지 나는 모르겠다, 벌러덩 눕고 싶은 심정이라면 너무 가혹한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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