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작컨대 처음엔 그랬을 거다. 요즘 걸 그룹이 대세니 각 팀의 멤버들을 데리고 <패밀리가 떴다> 와 <1박 2일> 을 찍으면 재미있겠는 걸, 이젠 누가 누구를 따라한지도 모호해졌으니 비슷한 포맷이야 문제 될 것도 없다. 걸 그룹이 농촌에서 자급자족한다는 설정은 공영방송으로서 녹색 성장 시대에 기여하기에도 딱 맞지 않을까. 관물대에 붙여 넣은 유리 사진을 보며 군 생활을 했다는 김태우를 집단 MC로 넣어서 닭살스런 로맨스도 끼워 넣으면 더 맛깔나겠지. 솔직히 걸 그룹 멤버 대표 'G7' 이라기엔 차 빼고 포뺀 셈이지만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걸 그룹인데 뭐.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먹여 살리는 막강 덕후들 무시하나요? 아직까지 <청춘불패> 는 그게 다인 걸로 보인다. <패밀리가 떴다> 는 대본이 유출되고 설정이 티나서 문제가 됐다는데 <청춘불패> 에는 아예 대본과 연출이 없는 거 같다.
아침에 모인다. 편을 갈라서 할 일을 정한다. 그리고는 열심히 일한다. 새참을 먹는다. 또 일 한다. 그게 전부다. 지금 촬영하고 있는 프로가 리얼인지 버라이어티인지는 모르겠고 피디와 작가가 그렇게 하라고 했으니 리얼하게 일만 한다. 가끔은 너무 리얼 다큐멘터리 같다 생각되면 썰렁한 말장난이나 몸개그를 시도해보고 안 먹히면 통 편집을 각오한다. 피디와 작가는 그걸 자막으로 넣어 못 웃기는 현실을 자조한다. 엄연히 자학개그도 개그다. 어느 새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 일용할 양식을 가지고 와 저녁을 해 먹는다. 그리고는 다함께 이부자리에 모여 앉아 경건한 마음으로 가족 생각을 하며 북받쳐 운다. 그럼 하룻밤은 자고 오는 거냐고? 당연히 아니죠. 한창 활동 중인 걸 그룹이라 바쁜데다 눈물 콧물 다 빼고 자면 아침에 팅팅 붓는다고요. 다음 주에 다시 만나요.
이게 <청춘불패> 3회까지의 기본적인 얼개다. 처음엔 <패밀리가 떴다> 와 <1박 2일> 의 콘셉트를 반씩 깔고 가는 건줄 알았더니 그냥 <체험 삶의 현장> 이다. 피디가 그 프로 출신이란다. 리얼은 맞는 거 같은데 버라이어티는 없다. 남희석이 첫 회에 지나가듯 한 얘기가 농담이 아니었다. 어제 방송에서 써니가 "이렇게 막노동을 시킬 줄은 정말 몰랐다" 고 한 얘기는 절절하다. 다르게 말하면 과포화상태인 리얼 버라이어티 업계에서 강도 높은 노동이 <청춘불패> 만의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사이사이가 텅 비어있다. 신생프로에게 단 번에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들어 내어 재미를 주라는 건 무리한 요구일 테지만, 가끔씩 터지는 깨알 같은 재미도 살리지 못하는 요령부득은 케이블의 유사 리얼 버라이어티보다 더 안 좋다. 빠심으로 보기에도 그냥 후지기만 하다.
아직 3회밖에 방송되지 않은 프로에 뭘 그렇게 따지고 바라는 게 많은가. 점점 캐릭터도 자리를 잡아갈 거고 에피소드에도 살이 붙을 테니 걱정 붙들어 매시라. <무한도전> 이나 <패밀리가 떴다> 는 뭐 처음부터 잘 나갔나. 무엇보다 걸 그룹이 무더기로 나오잖아. 어디서 이런 프로 봤어, 봤냐구. 헌데, 지금처럼 단순히 걸 그룹의 멤버들을 모아놓은 것에 그치거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죽어라고 일만 시키다 막판에 눈물이나 질질 짜는 콘셉트에서 더 나아갈 여지가 없다면, 혹은 그럴 능력이 안 된다면 걸 그룹 덕후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살아남기도 힘들겠다. 솔직히 말해서 걸 그룹 멤버들을 데리고 교양프로를 찍으려고 작정한 건 그 쪽도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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