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와 뛰어놀던 한 소년이 질문을 받는다. "너, 팬케이크 먹어봤어?, 아니. 안 먹어봤어. 그럼 샌드위치는? 안 먹어 봤어. 프렌치프라이도? 응.."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또래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들이 줄줄이 나오는데 소년의 대답은 한결 같다. 이제 11살인 톰은 피자와 햄버거를 먹어 본 적이 없다. 육류와 생선은 물론 빵과 우유, 설탕 같은 가공된 식품도 절대 먹지 않는다. 이쯤에서 심한 현기증과 함께 궁금증이 생긴다. 이 세상의 맛있는 음식들을 마다하는 이 꼬마는 대체 무얼 먹고 산단 말인가. 톰은 조리된 음식은 먹지 않으며 유기농 채소와 과일로 만든 샐러드와 셰이크가 주식이다. 친구들이 간식으로 피자와 햄버거를 먹을 때 톰은 도시락에 싸간 과일과 견과류를 틈틈이 씹어 먹는다.
5년 전까지 남들과 똑같은 음식을 먹던 톰이 이런 식성을 가지게 된 이유는 특별한 알레르기나 병이 있어서가 아니라 엄마의 철저한 원칙이기 때문이다. 불이 없는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음식을 조리해서 먹지 않았듯이 자연 그대로의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인간본연이고 건강에도 좋다는 게 엄마의 확고한 생각이다. 물론 일리 있는 얘기지만 이 다큐를 보면서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너무 어린 나이에 한 쪽으로 편중된 습관을 가지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톰에 대한 염려다. 꼭 식습관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부모의 과도한 간섭과 강요로 인해 일찍부터 왜곡된 시선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조리된 음식을 혐오하는 엄마의 모습은 확실히 극단적인 면이 있다.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더 그렇게 보인다. 그것이 타인 (과 가족) 에게 존중받기 힘든 취향을 지키기 위해서라 해도 필요이상으로 강요하는 것 또한 현명하지 못할 수 있다.
또래답지 않게 톰은 염려가 무색한 아이다. 아주 의젓하다. TV에선 유명한 요리사가 나와 조리한 음식이 꼭 나쁜 것은 아니라며 유혹을 하고 문 밖을 나서면 거리엔 맛있는 것들 천지다. 엄마는 옆에서 생식이 얼마나 좋은지를 끊임없이 되뇐다. 톰에겐 또래 아이들 보다 더딘 성장도 문제다. 마치 천사와 악마가 경쟁하듯이 머릿속은 뒤죽박죽 복잡하기만 할 텐데 엄마와 할머니가 다른 식습관으로 인해 논쟁 아닌 논쟁을 벌이면 '엄마의 생각은 엄마의 생각이고 할머니의 생각도 있는 거' 라고 얘기한다. 다행히 주변 친구들도 톰의 입맛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나중에 톰과 사귀게 된다면 어떤 식당에서 데이트를 해야 할까 라는 물음에 친구는 ‘저도 생식을 할 거니까 괜찮아요. 그래도 어디 가서 식사를 해야 한다면 전 제가 먹을 걸 시키고 톰은 샐러드를 먹으면 되죠.’ 라고 말한다.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피자 냄새가 참을 수 없이 좋다는 이 소년이 언제까지 생식을 하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생일 파티에 초대된 친구들에게 크로케와 소시지를 대접하고 자신은 생식을 먹는 아이에게 굳이 지금 무엇이 좋고 덜 나쁜지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고민하며 판가름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누구에 대한 간섭이나 강요 없이 자기가 좋은 걸 하면 그만이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 시간은 많이 남았으니 말이다.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