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흡연자는 괴롭다. 보건복지부가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심심하면 인상되는 담뱃값을 조달하느라 허리가 휘고 갈수록 금연구역이 늘어서 담배를 피우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 되어 버렸다. 또한, 흡연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어떠한가. 단지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례한 사람' 이라는 취급을 받으면서 도매금으로 인격을 무시당하기도 한다. 물론 그동안의 잘못된 흡연 행태에 대한 자업자득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나도 담배를 피우지만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 흡연자들은 싫다. 많은 사람이 모인 공공장소나 길거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를 피워 무는 사람들의 담배 연기는 충분히 불쾌하고 짜증스럽다. 어쩔 땐 너무 역겨워서 토악질이 날 때도 있는 데 그제야 새삼스레 담배의 해악성에 대해 인식을 하기도 한다. 게다가 담뱃불이나 재가 옷이나 피부에 닿기라도 하면 짜증과 불쾌함은 배가 된다. 하물며 흡연자도 그러한데 비흡연자들의 고통은 오죽할까.
오늘 발표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개정안 은 충분히 예상했던 내용이지만 실망스럽다. PC방과 만화방의 전면적인 금연구역 지정과 '연면적 1천㎡ 이상의 사무실과 공장, 복합건축물과 국립공원과 산림지역' 을 금연구역에 포함하는 등의 조례안은 일방적으로 금연구역을 늘리는 강제조항만 있을 뿐이지 흡연자들을 위한 정책적인 배려는 하나도 눈에 띄질 않는다.
담배가 백해무익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물에 대한 금연구역 지정도 원칙적으로는 찬성한다. 내가 좋아서 피우는 담배 연기가 다른 사람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고 끽연권 만큼 혐연권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흡연이 불법이 아닌 이상 마땅히 흡연자들에 대한 배려는 있어야 한다.
담배 연기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거나 흡연의 해악성을 인식시키려면 흡연자들을 위한 공간을 확충하는 등의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 (이를테면 시내 곳곳에 흡연실을 마련해 놓는다거나) 하면서 잘못된 흡연습관의 개선과 다양한 금연정책을 연구하고 병행해야 하는 것이지 무조건 담뱃값을 올리고 일방적으로 금연구역을 지정하는 식의 안이한 대책은 정말 보건복지부가 금연정책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하게 된다.
담배에 관한 보건 복지부의 정책이 겉으로는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고 하면서 실은 손쉽게 세수를 확보하려는 얄팍한 속셈임을 모르지는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흡연자들을 무작정 내모는 것만이 금연정책의 전부인 줄 착각하는 모양이다
대체 언제까지 보건복지부는 흡연자들을 범법자 취급하고 어두운 뒷골목으로 몰아넣기만 할 것인지. 담배로 거둔 세금을 흡연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되돌려 주는 것이 그렇게도 아까운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