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할 일이 없는 주말에는 동네 근처에 있는 구립 도서관에 간다. 평소 도서관 쪽으로는 마른 침도 뱉지 않는다는 나름의 원칙과 소신을 확고하게 갖고 있는 나로서는 좀 놀라운 일이다. 역시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고 도서관에서 상영해주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다.
우리 구에 있는 도서관은 일주일에 서너 번씩 영화를 상영하는데 주로 최근에 개봉된 영화들의 비디오나 DVD를 틀어주는 편이라 영화관에서 볼 기회를 놓친 최신작들을 보기에 아주 좋다. 물론 일반 영화관의 시설보다 훨씬 열악하고 집에서 보는 게 편하기도 하지만 일단 공짜이기도 하고 같은 영화라도 많은 사람과 같이 보면 느낌이 달라지는 것이라 자주 이용하게 된다.
대부분의 시립, 구립 도서관들은 영화 상영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놓고 정기적으로 영화 상영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되지 않는 주부들이나 공부에 지친 사람들에게 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얼마간의 즐거움을 준다는 점에서, 또한 평소에는 발 한번 닿기 힘든 나 같은 사람들에게 도서관 나들이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아주 긍정적인 시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바로 이용자들의 관람태도다. 도서관에서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조용히 해야 한다는 기본 상식이 영화 상영 중에는 지켜지지 않는다.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집중력이 필요하고 환경이 중요한 것인데 열람실에서는 당장 욕을 먹거나 퇴실당할 수도 있는 행동들을 영화상영중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옆 사람과 쉴새없이 대화를 하거나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는 건 일상이고 마치 자기집처럼 도시락을 싸가지고 와서 나눠 먹거나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프로젝터 앞을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성큼성큼 지나가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상영 중에 수시로 들락거리거나 문을 소리 나게 여닫는 건 그나마 애교에 속한다. 거기에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칭얼거리는 소리까지 더해지면 제대로 영화를 보기는 힘들어진다.
이건 일반 영화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긴 하지만 좌석 수가 30석 안팎의 좁은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겪다 보면 정말 짜증스럽다. 돈을 내지 않고 본다는 가벼운 마음 때문인지 불이 꺼지고 어두워지니 도서관의 무거운 분위기에 짓눌려 있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는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한 건 아쉽다.
단순히 도서관이 공부를 하거나 책만 볼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여러 행사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들이 늘고 있다는 건 분명 반갑고 즐거운 일이지만 정작 이용하는 사람들이 문화적이지 못한 건 유감스럽다.